4년 전 트럼프 방해에 바이든 “닥쳐!”
펜,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챙겨 90분
오는 27일(현지시간) 벌어질 미국 대선 TV토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할 때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앞 마이크는 꺼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걸핏하면 바이든 대통령을 말을 가로막았던 4년 전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주최 측이 만든 새 규정이다.
11월 미국 대선 후보 간 첫 TV토론 행사를 주관하는 미 CNN방송은 토론 관련 규칙을 15일 공개했다. 전·현직 신분이 바뀐 상태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맞붙었던 2020년 대선 토론 당시 반칙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년 전 첫 만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의 발언 시간을 짓밟았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닥쳐 주면 안 되겠냐(Will you shut up, man?)”고 그를 꾸짖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전 토론에서 관찰된 방해를 제한하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CNN은 “시간 준수와 성숙한 토론을 위해 사회자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는 내용도 규칙에 넣었다.
청중 없이… 석 달 당겨진 첫 격돌
토론은 27일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90분간 실시간 진행된다. 이례적으로 청중을 배제한 것은 토론을 저해하는 환호와 야유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두 차례 중간 광고가 들어가는데, 캠프 관계자들은 광고 시간 동안 후보와 접촉할 수 없다.
모두발언은 없고, 마무리 발언 기회만 2분 주어진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토론 시작이다. 답변 시간은 질문당 2분이다. 이어 1분씩 반박과 재반박이 가능하다. 두 후보는 같은 단상에 서게 되고, 단상 배치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된다. 사전 연설문이나 준비된 메모는 지참할 수 없다. 후보들은 펜과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챙겨 토론에 나서야 한다.
통상 첫 미국 대선 토론은 민주·공화 양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후보를 공식 지명한 뒤인 9월에 열려 왔다. 줄곧 도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기 토론을 제안하고,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첫 격돌 시기가 앞당겨졌다.
토론은 양자 대결일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대선 후보로 등록한 5명 중 '여론조사 4개 이상에서 15% 이상 지지율 기록' 등 참여 자격 조건을 충족한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둘뿐이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 다른 후보가 토론 전에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 다 싫어” 25%… 비호감 선거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끼리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조사(지난달 13~19일 미국 성인 8,638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응답자 25%가 두 사람 다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공화 양당 후보였던 2016년 대선 기록(20%)을 능가하는 수치다. 두 후보 캠프의 핵심 전략이 상대방 공격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상대를 더 싫어하게 만들어 득을 보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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