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소재 치킨집서 갑질
바닥에 고의로 맥주 쏟아 버려
관할 구청에 갑질 민원 제기돼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구청 직원으로 알려진 고객들이 바닥에 고의로 맥주를 쏟은 뒤 업주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구 중구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대구 중구에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 부부의 하소연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A씨에 따르면 7일 매장 마감 시간 직전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방문해 맥주와 치킨을 주문했다. A씨 부부는 맥주를 먼저 갖다준 뒤 10분 뒤 치킨을 가져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바닥에 맥주가 쏟아져 있는 걸 발견한 A씨 아내는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묻고, 바닥을 닦았다.
이후 매장을 나간 일행 중 일부가 다시 들어와 폭언했다. A씨는 "손님들이 나가고 와이프가 바닥을 치우고 있는데 처음엔 한 명이 다시 들어와서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그랬다"며 "그러던 중 한두 명이 다시 가게에 들어와 와이프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고 '돈 주고 사 먹는데 (우리가)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 되겠다'고 조롱을 했다"고 떠올렸다.
A씨는 "저는 주방에서 치킨을 튀기다가 고함 지르는 소리가 들려서 홀로 갔고 남자들이 와이프에게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있는데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A씨가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자 일행 중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 주겠다"고 협박했다. 또 다른 한 명은 가게 상호를 말하면서 "SNS에 올려 망하게 해 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냐. 이 동네에 아는 사람 많다"는 등 언성을 높였다.
뒤늦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A씨는 고객들이 고의로 바닥에 맥주를 여러 차례 쏟는 장면을 포착했다. A씨는 "맥주를 바닥에 일부러 붓고 아내에게 2명이 욕설과 협박을 하는 장면을 보니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A씨는 본보 통화에서 "사연이 알려졌지만 당사자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보복이 두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대구 중구청에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구청 내 당사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있어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며 "당사자가 특정되면 (감사)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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