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코파일럿+PC' 출시와 동시에 공개하려던 AI 기능
보안 전문가의 해킹 등 우려에 일단 미설치 상태로 출시
마이크로소프트(MS)가 퀄컴과 손을 잡고 출시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노트북 '코파일럿+PC'가 전 세계 주요 브랜드를 통해 출시됐지만 반쪽짜리 출발을 하게 됐다.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리콜(화면 검색) 기능이 개인 정보 보호 우려 속에 출시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AI 지각생'이라며 조롱받았던 경쟁사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을 비롯한 애플 생태계에 AI 응용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오히려 '보안만은 확실하다'는 평가 속에 미소를 짓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 세계에 출시된 MS의 코파일럿+PC에는 출시 발표 직후 홍보했던 '리콜' 기능이 빠져 있다. 리콜은 사용자가 노트북에서 했던 과거의 문서 작성, 인터넷 검색, 영상 등을 스냅샷(캡처)의 방식으로 저장해 두고 검색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다.
앞서 MS는 14일 리콜 기능이 담긴 코파일럿+PC의 출시를 코앞에 두고 이 기능 적용을 미룰 것임을 알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4 엣지'를 비롯해 초기 출시된 컴퓨터에는 리콜 프로그램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다. 당분간 MS는 개발자들을 위한 베타 테스트 격인 '윈도우 참가자 프로그램' 사용자들에게만 리콜을 제공한다. 올해 9월쯤엔 일반 소비자에게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나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리콜의 보안이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MS는 원래 리콜 기능으로 검색할 수 있는 스냅샷 데이터가 모두 기기 자체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나중에는 리콜 검색을 위한 화면 기록을 꺼 놓고 사용자가 원하면 켤 수 있는 '옵트인'으로 바꾸겠다는 입장도 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PC에 저장된 화면 기록의 보안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컴퓨터 화면에서 작업한 민감한 데이터를 해커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는 리콜 기능으로 저장된 스냅샷을 추출할 수 있는 '토털 리콜'이라는 프로그램이 공개됐는데 이는 MS가 장담하는 보안의 취약점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애플 폐쇄적 생태계, 보안에선 전화위복?
MS가 'AI PC' 출시를 앞두고 보안 문제로 혼란에 빠진 것은 경쟁사인 애플에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하고 있다. 15일 유튜브로 공개된 세계개발자회의(WWDC) 토크쇼에 참석한 그렉 조스위악 애플 마케팅담당 수석부사장은 최근 MS의 AI 보안 논란을 두고 "우리는 경쟁사의 실패 때문에 실망할까? 답은 아니오다"라고 '저격성 발언'을 했다.
애플은 이번 WWDC를 통해 아이폰과 맥북 등 애플 생태계 전반에 적용될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보안을 중요 원칙으로 내세웠는데 당장은 MS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AI 혁신'의 약점으로 평가되던 애플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가 보안 영역에서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은 "AI 처리 대상인 데이터는 애플에 저장되지도 않고 애플이 접근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개인 정보 보호에 자신감을 보였다.
MS가 비록 흔들리기는 했지만 윈도우라는 대중성 강한 운영체제(OS)를 쥐고 있기에 'AI PC' 대중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MS는 이번 코파일럿+PC를 내놓으면서 인텔 대신 퀄컴과 손을 잡고 ARM 설계 자산을 바탕으로 한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장착해 AI 처리 성능을 끌어올렸다. 애플은 이미 ARM 설계 자산을 바탕으로 설계한 자체 프로세서 '애플 실리콘'을 애플 기기에 담은 지 오래라, MS 중심의 'AI PC' 공세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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