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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으로 세계 제패... '시총 1위' 등극한 엔비디아,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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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으로 세계 제패... '시총 1위' 등극한 엔비디아, 어디까지 갈까

입력
2024.06.19 1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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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애플 제치고 시총 1위 올라
AI 붐 타고... 설립 31년 만 최초

지난달 30일 대만을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타이베이 야시장을 찾았다가 몰려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타이베이=AFP CNA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대만을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타이베이 야시장을 찾았다가 몰려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타이베이=AFP CNA 연합뉴스

3조3,400억 달러(약 4,603조 원). 국내총생산(GPD) 기준 세계 6위 경제 대국인 영국의 GDP보다 크고,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483조 원)보다는 9.5배 많은 액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달성한 기업가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가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하면서다. 전날까지 엔비디아보다 시총이 많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의 주가는 이날 소폭 하락하며 엔비디아에 역전을 허용했다. 스마트폰 혁명을 잇는 'AI 혁명'이 세계 기술업계를 뒤흔들고 있고, 엔비디아가 새로운 혁명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사상 첫 시총 1위 등극으로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수가 없다... 챗GPT 등장 후 주가 700%↑

엔비디아는 올해로 설립 31년을 맞았으나 역사적 기록은 모두 최근 2년 안에 쓰였다. 2년 전만 해도 4,0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엔비디아 시총은 지난해 5월 31일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데 이어 올해 3월 2조 달러, 그리고 3개월여 만인 이달 초 3조 달러를 차례로 넘어섰다. 주가는 챗GPT 출시 직후인 2022년 12월 대비 700% 넘게 오른 상태다.

미국 증시 역사상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건 엔비디아에 앞서 애플과 MS뿐이었다. 그러나 두 기업이 시총 1조 달러에서 3조 달러로 가는 데 5년이 걸린 것과 달리, 엔비디아는 단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시장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라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평했다.

엔비디아가 유례 없는 속도로, 세계 최고 가치 기업이 된 것은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종합 반도체 'AI 가속기'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고,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도 약 80%를 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를 개발하려면 누구든 엔비디아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대당 5,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마저도 수요가 넘쳐 주문 후 1년 가까이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빅테크들은 AI 칩 자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나 완전한 엔비디아 대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사실상 모든 AI가 엔비디아 칩과 그 칩으로만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탓에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독립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외벽에 엔비디아 로고가 붙어 있다. 샌타클래라=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외벽에 엔비디아 로고가 붙어 있다. 샌타클래라=AFP 연합뉴스


엔비디아, '닮은꼴' 시스코 길 갈까

엔비디아의 급격한 성장에 테크업계에서는 시스코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를 파는 시스코는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당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998년 MS를 제치고 세계 시총 1위에 올랐다. 1995년 대비 1998년 주가 상승률은 700%가 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닷컴 버블이 붕괴하며 재고가 쌓이고 적자를 내자 주가가 폭락했다.

성장 과정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엔비디아도 결국 시스코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시스코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게 월가의 주된 기류다. 지난 1년 내내 월가의 높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왔고, 이익 대비 주가가 과거 시스코만큼 부풀려져있지 않으며, 특히 세계 각국의 AI 주도권 경쟁 심화로 단기간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엔비디아가 사상 처음으로 시총 4조 달러를 넘어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로젠블라트증권의 분석가 한스 모세만은 이날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다. 지금까지 월가에서 제시된 최고치로, 실현된다면 시총은 5조 달러에 근접한다.

추가 성장의 관건은 AI 칩 구매 열기가 지속되느냐다. AI 업체들이 칩 구매를 줄이기 시작하면 엔비디아는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번스테인리서치의 분석가 스테이시 라스곤은 "AI가 돈이 안 된다고 판명되면 모든 게 무너질 것"이라고 NYT에 경고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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