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지난해 7·8월 전국 222곳 온도 측정
평균 체감 38.6도, 기상청 발표보다 6.2도 높아
"권고일 뿐인 폭염기 가이드라인, 법제화해야"
체감온도 45.4도(8월 3일·광주 쌍촌동), 47.5도(8월 1일·대전 상대동), 45.9도(7월 31일·부산 대청동), 43.4도(7월 21일·강원 원주 문막)···.
지난해 폭염기인 7·8월 전국 각지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가 측정한 체감온도다. 200여 건을 측정했는데 대부분 옥외작업 중지 기준인 35도를 훌쩍 넘었고, '위험' 수준인 38도를 넘은 현장도 허다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폭염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7월 11일부터 8월 7일까지 건설현장 31곳에서 측정한 체감온도 222건 자료를 발표했다. 건설노조는 온·습도를 모두 고려해 체감온도를 자체 측정한 결과, 기상청 발표치보다 평균 6.2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5도만 넘어도 매시간 15분 휴식을 해야 하고,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옥외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해 이행률이 낮은 데다가, 조치 기준이 되는 체감온도마저 기상청 발표와 노조 측정 방식 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60대 형틀목수 전일성씨는 "현장에서 고용부 권고는 지켜지지 않는다. 그 시간에 일해야 이윤이 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원청사는 물 많이 마시고 작업하라, 쉬어가며 일하라 하지만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하청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건설현장은 거푸집 등 금속자재가 많이 사용돼 열기가 더 빠르고 강하게 오른다는 게 노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나마 열기를 식힐 공간이 휴게시설이지만, 냉방장치·샤워실 등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공공 공사 현장 14곳에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냉방장치가 없는 곳이 4곳(28.5%), 샤워실이 없는 곳이 5곳(35.7%)이었다. 민간에 비해 그나마 여건이 낫다는 공공 공사 현장도 더위를 식히기 위한 설비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건설노조는 "무더위 시간대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조정·중지를 핵심으로 하는 고용부 폭염 지침은 노동자 목숨과도 직결된 내용인 만큼 법제화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성적 고용 불안과 건설경기 침체 탓에 노동자가 먼저 나서서 폭염기 작업중지를 요구하기 힘든 여건을 고려할 때, 폭염기 작업중지 기간에 임금(공사비)을 보전하고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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