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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 벗어난 코리안진도 70마리...토론토서 '반려견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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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 벗어난 코리안진도 70마리...토론토서 '반려견 새 삶'

입력
2024.06.19 16:40
수정
2024.06.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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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개농장, 도살장 등서 구조된
캐나다 토론토서 반려견으로 새 삶

경기 수원시 개 도살장에서 도살직전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가족이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에 열린 입양행사에 참석한 모습. 웰컴독코리아 제공

경기 수원시 개 도살장에서 도살직전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가족이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에 열린 입양행사에 참석한 모습. 웰컴독코리아 제공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반려견 놀이공원)에서는 개 68마리가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모두 한국에서 건너간 이른바 '코리안진도'다. 개농장, 개도살장, 산불현장 등에서 구조됐지만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개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 가정의 어엿한 반려견으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해외로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전문단체 웰컴독코리아가 한국에서 온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을 위해 준비했다.

한국 출신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공유하고, 각자의 반려견을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185명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정수 웰컴독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온 다른 개뿐만 아니라 다른 입양자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개농장 등에서 구조한 개들이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화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입양가족들은 개들이 적응할 때까지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강원 고성군 산불 당시 도치(왼쪽)와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모습. 웰컴독코리아 제공

강원 고성군 산불 당시 도치(왼쪽)와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모습. 웰컴독코리아 제공


강원 고성군 산불에서 구조된 도치를 입양한 제시 정씨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강원 고성군 산불에서 구조된 도치를 입양한 제시 정씨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에게 어려움은 없었을까. 경기 수원시 개 도살장에서 도살 직전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매튜 뎀스터, 샬린 뎀스터 가족은 "겁이 좀 있는 편이라 밥을 먹다가도 사람이 뒤로 지나가거나 큰 소리가 나면 놀라면서 밥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며 "하지만 오목이가 점점 집에 적응하며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고 전했다.

고성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도치'를 입양한 제시 정도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많았지만 매주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많은 시간을 기다려주고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많은 것을 열린 마음으로 보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며 "아직 차를 타는 걸 무서워하지만 나중에는 로드트립을 함께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에는 한국에서 간 유기견과 입양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웰컴독코리아 제공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에는 한국에서 간 유기견과 입양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웰컴독코리아 제공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반려견 놀이공원)에서는 개 68마리, 입양자 185명이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웰컴독코리아 제공

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반려견 놀이공원)에서는 개 68마리, 입양자 185명이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웰컴독코리아 제공

입양한 개들이 가족의 생활패턴을 바꾼 사례도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개농장에서 구조된 '터커'와 1m 목줄에 묶여 지내다 구조된 '달순이'를 입양한 나탈리 콴, 대니 호 가족은 "개들을 산책시키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더 활발하게 돌아다니게 됐다"며 "개들이 마음을 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웰컴독코리아는 2018년부터 개농장이나 도살장에서 구조됐지만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한 개들을 캐나다로 입양 보내는 일을 해왔다. 지금까지 이 업체가 보낸 개들은 1,150마리에 달한다. 협업단체인 동물자유연대 소속 개들이나 직접 구조한 개들이 대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후보였던 복남이를 캐나다에 입양 보낸 것(☞관련기사: '퍼스트도그' 후보 복남이, 캐나다 입양 갑니다)도 이 단체다. 웰컴독코리아는 현지 입양 단체를 통해 개와 입양 가족을 주선하다 3년 전부터는 현지에 단체를 차려 직접 입양처를 찾아주고 있다.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매튜 뎀스터, 샬린 뎀스터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매튜 뎀스터, 샬린 뎀스터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터커와 달순이를 입양한 나탈리 콴, 대니 호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터커와 달순이를 입양한 나탈리 콴, 대니 호 가족. 웰컴독코리아 제공

입양처를 찾기 어렵다고 해서 함부로 보내지는 않는다. 입양신청서만 5쪽을 작성해야 한다. 또 개가 현지에서 잘 적응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진돗개는 사람과의 교감이 뛰어난 사랑스러운 종이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국내에서 입양이 활성화돼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들이 해외에서라도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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