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어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신생아 특례대출 확대 등 일‧가정 양립, 주거 문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산 대책이 주거와 일로 확대된 정책 자체는 긍정적이나 초저출생을 반전시킬 정도의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비혼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결혼’의 틀에만 맞춘 한계도 보인다.
위원회는 육아휴직 급여 월 상한을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뒤 복귀해야 급여 중 일부를 받는 사후지급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필요시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 신설,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 현행 연소득 1억3,000만 원 이하 가구에서 2억 원 이하 가구로 확대 등의 정책도 내놓았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 지원금 확대 등의 대책도 담겨 있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직장인이 많은 상황이라 반드시 필요한 정책 방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이미 추진 계획이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고, 육아휴직 급여 확대 규모도 획기적이진 않다. 직장인 설문조사에서 저출생 해법 1위로 꼽힌 ‘부부 모두의 육아휴직 의무화’와 같은 파급력 큰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제도만 만들어 놓는다고 실효성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긴 편에 속하지만, 사용률은 남녀 모두 최하위권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생기려면 육아휴직·단축근로 사용에 눈치를 주고 승진 등에서 차별하는 업체들에 대한 정기적인 감독과 제재가 필수적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출산 친화적 정책이 되려면 사교육 문제, 일자리 불안은 물론 비혼 출산 대책까지 다뤄야 한다. 비혼 인구는 크게 늘어가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선 비혼자는 시험관 시술도 받을 수 없다.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 등이 향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위원회를 ‘인구 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하고 매월 개최한다고 밝혔는데, 보다 구조적이고 넓은 시야도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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