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한쪽 침공당하면 상호 지원" 명시
"푸틴 덕에 고립됐던 김정은 큰 힘 얻어"
경계심 내보인 일본 "안보 상황 엄격"
원론 그친 중국 "양국 관계 발전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쪽이 침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것을 놓고, 서방 외신들은 1991년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래 양국이 가장 강력하게 밀착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북, 우크라 전쟁 지원 대가 중 가장 눈에 띄는 보상 받아"
AP통신은 19일(현지 시간) 이번 협정 서명을 놓고 "냉전 종식 이후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가장 강력한 연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을 계기로 양국의 관계가 크게 진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 안보 지형에 상당한 위협을 안기리라는 취지다.
양국이 체결한 조약 원문이 당장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상호 지원'의 구체적인 의미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부활에 근접한 수준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조항은 한러수교 이후인 1996년 폐기됐고, 소련 해체 이후인 2000년 체결된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에서는 빠진 상태다.
아트욤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영국 로이터 통신에 "협정의 정확한 문구에 따라 동북아의 전체 전략적 상황에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 협정은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 발의 탄도 미사일과 1만1,000개 이상의 군수품 컨테이너를 제공한 대가로 모스크바에서 얻은 가장 눈에 띄는 보상 중 하나"라며 "러시아는 한때 핵 프로그램과 관련, 북한에 유엔 차원의 제재를 가하는데 미국과 함께했지만, 그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그간 대북 제재로 고립돼 있던 김 위원장은 큰 힘을 얻게 됐다는 게 미 CNN 방송의 평가다. 특히 "오늘 서명한 협정과 연계해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향후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성 발사 등과 관련된 첨단 기술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식량과 군사 기술을 제공하면 북한을 비핵화 회담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일, 신중 속 경계… 미국은 "우려"
이날 북러 회담을 지켜본 중국과 일본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경계심을 내비쳤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전망을 예단해 답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면서도, 일반론임을 전제로 "북러 간 군사 연계 강화를 비롯해 일본을 둘러싼 지역 안전보장 환경은 한층 더 엄격해지고 있다 생각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대북제재위 논의를 포함해 북한 관련 대응에 관한 논의에 적극 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의 린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국가의 양자 일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에 대한 자국 영향력을 약화할 북러의 밀착이 달갑지 않지만, 두 국가 모두 우방이라 불편한 심기를 쉽게 표출하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견제의 시선을 보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하루 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 방북과 관련,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심화는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와 글로벌 비확산 체제 수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준수, 러시아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 지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해야 할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