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추계 논의 구조 제도화
의료계 수요자 전문가 참여
내년 의대 정원 적용 어려워
정부가 의대 정원 조정을 비롯해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다룰 전문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의료계 및 환자, 소비자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됐던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4차 회의를 열어 미래 의료수요에 대비한 인력 수급 추계 및 조정 시스템 구축, 재정 투자 방향 등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발표하면서 향후 인력 수급 현황을 주기적으로 검토·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에 따라 논의 구조와 절차를 제도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
우선, 인력 수급 추계의 과학적 전문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중심의 ‘수급 추계 전문위원회(추계위)’와 ‘정책 의사결정 기구(정책기구)’를 각각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추계위는 공급자, 수요자, 전문가 단체가 추천한 통계학, 인구학, 경제학, 보건학, 의학, 간호학 전문가로 구성되며 수급 추계 가정, 변수, 모형 등 구체적 추계 방식을 도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을 정책기구는 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토대로 의대 정원 등 인력 정책을 다루게 된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의료계, 환자, 수요자 대표도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두루 반영되도록 직역별 대표가 과반 참여하는 ‘의사인력 자문위원회’ ‘간호인력 자문위원회’를 각각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수급 추계 실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국책 연구기관에 신설하거나 보건의료 인력 정책을 총괄 지원하는 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급 추계 기구의 법적 지위와 구성, 권한과 역할 등 구체적 계획은 9월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그간 정책 연구를 통해 중장기 수급 추계를 시행했으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보건의료 분야 특성상 추계 결과와 인력 수급 정책 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늘 논의는 인력 수급 정책이 합리성, 신뢰성을 갖추도록 혁신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2025년 의대 정원은 이미 확정돼 새로운 수급 추계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노 위원장은 “실제 추계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변수, 가정, 모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적용 시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를 거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에도 “논의에 참여한다면 기구 구성 등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회의에선 재정 투자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필수·지역의료에 투입할 계획인데, 건강보험 재정은 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 공정 보상을 위해, 국가 재정은 인력 양성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쓰이도록 병행 지원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먼저, 건보 재정 투자와 관련해 필수의료 우선순위를 고난도, 중증, 응급, 기피 시간(야간·휴일), 기피 지역을 기준으로 확립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어려운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 개편을 병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행위 성과와 가치를 중심에 둔 지불제도 혁신도 재정 투자에 고려할 계획이다. 특위 위원들은 수가 인상과 함께 과잉 비급여 억제, 실손보험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국가 재정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수련, 지역의료 투자,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중점 과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특별회계·기금 등 별도 지원 체계를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암, 심뇌혈관, 소아·분만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경우 체계적 인력 양성, 전국적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고, 거점병원 역량 강화, 지역의료 인력 확충,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를 위한 투자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민 참여 기회도 넓힌다. 7, 8월 중 보건의료 정책 국민 공모를 실시하고, 갈등‧쟁점 과제 숙의를 위해 ‘의료개혁 국민자문단’을 8월부터 운영한다. 과잉진료 자제,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 이용, 지역병원 활성화 등 의료 이용문화 개선을 위해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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