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을 위해 ‘8월 전당대회’ 전 사퇴 시점을 구상 중인 가운데, 이 대표 ‘일극 체제’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시한에 예외를 둘 수 있는 당헌 개정을 확정하면서 이 대표 연임을 위한 장벽을 제거했다.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취지를 폐기한 것이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발언이 지난 19일 지도부 공개회의 때 등장한 건 낯 뜨거운 풍경이었다. 강민구 최고위원은 자신의 언행이 주목을 끌자 한술 더 떠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했다.
지금이 조선의 노론, 소론, 남인, 붕당정치를 논할 때도 아니고 어느 시대 퇴행적 충성 경쟁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사당(私黨)화’된 상징적 사례가 아닌가. 한 사람이 171석을 이끌며 ‘192석 거대야권’ 행보에 영향을 끼치는 위험성은 민주당 스스로 우려해야 할 사안이다. 제1당 대표의 사익이 개입되지 않도록 자정기능이 작동해야 국민과 국익에 안전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어떤가. 누구든 ‘친명’ 대열에 섰다면 거침없이 행동하고 있다. ‘이화여대생 성상납’ 발언으로 총선 직전 사과했던 김준혁 의원은 지금은 “일부는 매춘부 활동 기록이 미군방첩대 기밀문서에 남아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뿐 아니라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 심사를 완료한 법안의 경우, 임기만료로 폐기됐더라도 즉시 상정할 수 있는 ‘폐기법안 부활법’을 추진 중이다. 다수당 ‘힘자랑’에 계속 취해있을 건가. 특히 이 대표 수사를 이끈 주요 검사들에 대한 탄핵 방침은 너무 노골적이다. ‘정치검찰’에 대한 비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공당이 사법체계와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나치면 국민은 선의를 믿어주지 않게 된다. 민주당이 탄핵소추 대상으로 삼은 검사는 4명으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간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방탄’을 위한 겁박으로 비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렇게 쓰라고 국민이 의회권력을 준 건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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