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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라서 믿었어요"... 깡통 된 '조이153페이' 본격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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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사님이라서 믿었어요"... 깡통 된 '조이153페이' 본격 수사

입력
2024.06.25 04:30
수정
2024.06.25 13: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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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7만명 모으며 1조원 이상 발행
돈 받고 현금화 중단... 100억대 피해
교회 신자들도 대거 페이 회원 가입
주범은 수사 아랑곳없이 '코인' 홍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교회 목사 A씨가 신규 코인을 홍보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교회 목사 A씨가 신규 코인을 홍보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전 세계에 통용 가능한 신개념 결제수단입니다."
"회원 가입하고 60% 페이백 받으세요."


이런 홍보 문구로 7만 명의 페이 업체 회원을 모으며 최소 수십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의혹을 받는 목사가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페이 발행 규모만 1조 원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오후 강남구 조이153페이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업체의 2년간 매출 △조이153페이 홍보 프레젠테이션 △운영 구조와 관련한 전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까지 접수된 조이153페이 전 대표 A씨에 대한 다수의 고소장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고, 그간 10명 이상의 피해자를 불러 조사해 왔다. A씨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목사로 알려진 A씨는 2022년부터 2년간 청담동에 교회와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금을 조이153페이로 전환하면 매일 0.15~0.2%의 수당을 페이로 지급하겠다"고 홍보해 7만 명 넘는 회원을 모집했다. 이후 "페이 1개당 실제 돈 100원의 가치가 있어 회원 간 거래에 활용하면 된다"며 "페이를 다시 현금화하고 싶으면 언제든 돌려주겠다"고 안심시켰다. 중·장년층 대상 홍보강연에서는 "전 세계가 사용하는 새로운 결제수단"이라거나 "대형마트 등과 제휴해 곧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드겼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현금화가 막혀 이 페이 가치는 휴지조각이 됐고, A씨는 회사를 떠났다.

A씨는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목회자로서의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그는 교회에서 주말에는 정상적으로 예배를 올리면서도, 평일에는 조이153페이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신도들이 A씨의 '목사' 신분에 믿음을 갖고 사업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또 "주변 신자를 조이153페이에 참여시키면 200~500페이를 더 주겠다"는 식의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교인들을 상대로 '다단계' 수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억대의 투자금을 못 돌려받았다는 채모(62)씨는 "제가 기독교 신자라, 목사님이 사기를 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수십억 원 정도로 추정됐던 전체 피해금액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초 수사가 개시될 시점, 피해자들은 A씨에게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21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감안해 당시 전체 피해금액이 1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회원들의 투자금이 모이는 A씨 교회 계좌에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에만 3억 원이 입금된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업체가 발행한 페이 규모만 1조2,7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못 돌려받은 돈이 100억 원을 상회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씨는 여전히 가명을 이용해 신규 코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서 새로운 코인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강연의 내용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이 자기 이름을 따서 만든 B코인이 6개월 뒤에 상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까지도 부산 등 지방을 돌며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해당 코인 홍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이153페이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수사 사항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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