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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시간

입력
2024.06.24 17: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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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4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석곡천 제방에서 북구청 관계자들이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호우 재난 대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호우로 제방 50m가량이 무너지는 피해가 있었다. 광주=연합뉴스

24일 오후 광주 북구 망월동 석곡천 제방에서 북구청 관계자들이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호우 재난 대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해 호우로 제방 50m가량이 무너지는 피해가 있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 21일 금요일 밤, 서울에서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저녁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작년(6월 28일)에 비해 일주일 빠른 기록이다. 종전 2022년(6월 26일)보다도 앞섰으니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서울의 가장 빠른 열대야가 발생한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이상기후의 폭주는 뉴노멀이 돼 있다.

□ 지난 22일 남부지방부터 장맛비가 시작됐다. 장마의 양상 역시 달라졌다. 보통은 한 달가량 이어지고 이때 1년 강수량의 3분의 1이 쏟아진다. 7월 말 장마가 끝나면 찜통더위가 몰려온다. 그런데 최근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멈추지 않거나, 중간에 강수 일수가 뚝 떨어진 ‘마른 장마’가 찾아오는 실정이다. 9월까지도 폭우가 잇따르는 식이다. 강수 집중 시기가 변하면서 아예 ‘한국형 우기’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좁은 지역에 비가 강하게 내리는 특징도 뚜렷하다.

□ 비가 내리지 않은 곳은 폭염이 닥쳐 ‘복합적 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일일 최고 체감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가 내려진다. 이달 폭염일수는 역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을 넘어섰다. 6월의 가마솥 더위로 지난 19일 서울이 35.8도까지 올랐고, 경북 경산은 낮 한때 39도로 치솟았다. 때 이른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리스만 해도 40도가 넘는 더위로 관광객 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한다. 이상기후의 원인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지목돼 왔다.

□ 여름의 입구에서 기후 변덕이 심상치 않다. 폭염은 노약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다. 작년에만 온열질환 사망자가 32명이다. 폭우야말로 지난해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목숨을 잃은 사태를 잊어선 곤란하다. 물에 잠기기 쉬운 다세대 주택 반지하방, 약해진 지반, ‘포트홀’(도로 파임) 등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럴수록 재해 대처에 중요한 ‘공무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재난이 인재(人災)로 지탄받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대비와 분발을 기대한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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