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문체부의 한시 면제 요구 거절
태국인 불법체류 많자 거부 사례 속출
현지에선 "사실상의 비자" 불만 폭발
최근 태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거부하는 원인으로 꼽히는 전자여행허가(K-ETA) 조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태국인 K-ETA 한시 면제 조치를 요구했지만, 출입국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①태국은 불법체류율이 높은 국가이며 ②태국 정부도 효과를 인정했다는 이유다.
깐깐한 여행 허가에 열받은 태국인들
법무부는 25일 태국 관광객에 대한 문체부의 K-ETA 한시 면제 요청에 대해 "K-ETA는 비자 정책만으로는 출입국 관리와 불법체류 방지에 한계가 있어 시행하는 제도"라며 "불법체류율이 높은 국가의 K-ETA 한시 면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 9월 도입된 K-ETA는 112개 무사증(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 국적자가 현지를 떠나기 전 온라인으로 한국 입국을 미리 허가받는 제도다.
한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맺은 태국은 이 제도 적용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말 태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불허 사례가 잇따르자 K-ETA는 현지 반한 감정의 불씨가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월급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들고 왔다" "과거 한국을 네 번씩이나 여행 왔다"는 등 이유로 한국 입국을 거절당했다는 하소연이 공유됐다. 변호사, 대학교수, 연예인 등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마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한국여행 금지'를 일컫는 태국어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수만 개씩 게시됐다. 까다로운 심사 탓에 K-ETA는 '제2의 비자'라는 오명도 붙었다.
'한국 여행 보이콧' 조짐은 실제로 관광객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은 11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1%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86.9%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방한 관광객 1위 국가였지만, 지금은 베트남·필리핀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난감한 문체부 vs 강경한 법무부
문체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하고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유치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K-ETA를 면제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태국에서 한국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완강했다. '불법체류 방지'를 내세워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2015년 약 5만2,000명에서 지난해 9월 약 15만7,000명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중국인 불법체류자 6만4,000명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 법무부는 "엄정한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은 국익과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면서 "불법체류는 국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마약 등 강력 범죄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태국 정부가 먼저 나서 엄격한 K-ETA 심사를 주문했다는 점도 제도 유지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는 "2월 개최된 제6차 한·태 영사국장 회의에서 태국 정부는 우리나라 ETA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K-ETA 기준을 높여서라도 K-ETA 심사를 더 엄격히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태국 정부의 요청은 출발 전 심사 단계인 K-ETA를 엄격히 적용해 입국 부적격자가 출발할 수 없도록 한다면, 선량한 자국민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태국 정부 역시 한국과 같은 ETA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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