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축구아카데미 소속 코치들
日 전지훈련 때 욕설과 체벌
손 감독 "시대 변화 못 따라가"
손흥민 父 '참부모' 평판 금가나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과 그가 운영하는 '손축구아카데미' 소속 코치들이 유소년 선수들에게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를 한 혐의로 피소됐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실시한 전지훈련 도중 A코치는 C군의 허벅지 부위를 축구장비(코너킥 봉)로 때렸다. 훈련 경기에서 C군이 소속된 팀이 패배하자 A코치가 정해진 시간 안에 축구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뛰어갔다가 돌아오는 기합을 줬는데, C군이 제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피해아동 측은 경찰 조사에서 체벌로 C군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B코치도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아이들의 엉덩이와 종아리를 수차례 폭행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손 감독 "고소인이 수억 원 합의금 요구"
피해자 측은 손 감독도 학대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전지훈련 기간이었던 지난 3월 7∼12일 경기나 훈련 도중 실수가 나오면 아이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C군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 자식이 맞았다는 데 실망감이 컸고,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런 사례가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지난 4월 손 감독 등 3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손 감독은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한다"면서도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손 감독은 "사건 발생 직후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노력했지만 고소인 측이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 측은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수사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해 아동 "본인 행동 미화만 해 비통"
손 감독의 해명에 대해 피해아동 측은 분노했다. 피해자 측 류재율 변호사는 "피해아동이 진술한 내용이 담긴 해바라기센터 녹취록과 진술조서를 보면 참담할 정도의 피해사실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가해자 측이 본인들의 행동을 미화만 하고 있는 모습에 피해자 측은 부모로서 좌절감과 비통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손 감독인 언급한 '수억 원의 합의금'에 대해서는 "분노의 표현으로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 진지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손 감독이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에 비밀 엄수 △축구협회에 징계 요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자 홧김에 거액의 피해보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길러낸 손 감독은 남다른 양육관과 '촌철살인' 발언으로 유명하다. 손 감독은 지난 4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식 돈은 자식 돈이고, 자식 성공은 자식 성공이다. 어디 숟가락을 얹나"라고 말했다.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최근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가 부친 박준철씨와 채무관계로 갈등을 겪는 사건이 화제를 모으자 손 감독의 발언이 재조명됐다.
손 감독은 같은 달 발간한 저서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흔히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건 직무유기라고 본다"며 "친구가 지적을 할 수는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라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 감독은 아동학대 논란에도 불구하고 26일 서울국제도서전에 예정대로 참석해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의 출간 기념 사인회를 개최했다. 손 감독은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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