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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구도의 11월 미국 대선
AI를 이용한 맞춤 전략 필요
가짜영상, 여론조작 경계해야
#. 지난 1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린 미국 뉴햄프셔. 다수의 유권자 집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왔다. "프라이머리에 참가하면, 11월 본선거에서 투표권이 상실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사실과 다른 안내였고, 실제로 전화를 건 사람은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바이든이었다. 미국 언론은 AI가 미국 대선에 직접 개입한 첫 사례라고 우려했다.
#. 최근 미국 온라인 공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청년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퍼지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이지만, 실제 사진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선 캠프와 무관한 쪽에서 AI를 통해 트럼프에게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추정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과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간의 재대결로, 2020년에 이어 또 한 번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912년 이후 112년 만에 현직과 전직 대통령이 경합하는 선거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인공지능(AI)이 선거전에 본격 투입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두 진영은 AI를 활용한 정교한 유권자 타기팅과 맞춤형 메시지 전달을 통해 선거 전략을 최적화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FiveThirtyEight)이 다수의 여론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 바이든과 트럼프 간의 지지도 격차는 매우 근소하다. 여러 조사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소폭 앞서지만, 일부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앞서는 결과도 나타났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에서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소폭 앞서고 있으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사실상 없다. 미시간에서 트럼프가 46.4%, 바이든이 46.2%,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가 48.0%, 바이든이 45.2%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박빙 구도에서 어느 진영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I는 미국 현대 정치에서 핵심역할을 하며, 2012년 이후 역대 미국 선거에서 그 활용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오바마 캠프는 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메시지 전달을 통한 유권자 타기팅에 AI를 처음 사용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캠프가 AI 기반의 소셜미디어 분석과 맞춤형 광고 캠페인으로 클린턴 캠프에 승리를 거뒀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유권자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초 박빙 열세로 분류됐던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캠프는 AI를 통한 맞춤형 전략을 통해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원활한 선거 운동을 펼쳤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선거 운동과 특화된 광고 전략을 통해 폭넓은 유권자층에 성공적으로 접근했다. 특히 유권자의 참여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어 사전 투표와 우편 투표를 적극 활용했다.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기 다른 AI 활용 전략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AI를 통해 중도층과 진보층의 지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유권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비대면 캠페인을 강화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AI를 통해 강력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공격적인 선거 전략을 펼칠 것이다. AI를 활용한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전략과 맞춤형 광고 캠페인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강화할 것이다. 대규모 유세와 전통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도 AI 기술을 활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지역별로 특화된 광고를 내보냈다. 이번 선거에서는 AI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하여 특정 유권자 그룹의 관심사와 우려에 부합하는 더욱 정교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바이든은 낙태 권리와 트럼프 첫 임기의 혼란과 같은 이슈를 강조하여 스윙 보터를 타기팅하거나 트럼프 지지자의 투표율을 낮추려 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경제적 우려와 국경 안보 문제를 다루며 경제적으로 민감하고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대화형 AI 플랫폼이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이 AI를 통해 후보자와 직접 상호작용하고 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선거 캠페인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콘텐츠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바이든의 재선 출마 선언 후 AI를 사용하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묘사하는 영상을 신속히 제작했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몇 분 내에 연설문, 보도자료, 비디오 등의 캠페인 자료를 제작할 수 있어 유연하고 신속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홀로그램 기술도 후보자가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유권자들에게 연설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AI 기반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선거 운동 방식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후보자와의 가상 만남, 캠페인 이벤트 체험 등을 제공하여 유권자들의 인식을 더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이 VR을 통해 후보자의 연설에 실제로 참석한 것처럼 경험할 수 있으며, AR을 통해 연설 중 추가 정보를 표시하거나 정책의 영향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바이든·트럼프 진영 모두의 열기 때문에 AI 기술의 오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가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 영상을 통해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AI를 이용한 딥페이크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AI의 선거 활용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도 AI를 활용한 대선 개입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외국 정부나 해커 그룹이 AI를 활용하여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개입 시도는 허위 정보 유포, 유권자 조작,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지지율 격차가 근소한 이번 대선에서는 딥페이크와 AI를 활용한 선거 방해 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딥페이크 영상은 후보자의 발언을 조작하거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제미니' '챗GPT' '달리(DALL-E)'와 같은 LLM(대형언어모델)과 생성형 AI를 선거운동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차원의 통일된 AI 규제는 없다. 다만 전미주의회협의회(NCSL)가 관련 규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주와 연방 차원의 법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요약한다면, AI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AI 기술을 통해 후보자들은 효율적인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유권자 타기팅과 맞춤형 메시지 전달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AI 오용에 따른 위험성도 커지고 있어, AI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윤리와 규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종훈 교수는?
육군 정보통신병과 준장으로 전역. 홍익대 소프트웨어융합정책학과 초빙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컴퓨터연구소 초빙연구원(책임)을 겸직하고 있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케네디스쿨에서 국내·국제 안보 최고위 과정 연수를 받았다. 자율살상무기와 관련된 인공지능 윤리, 지능형 사이버보안, 디지털 트윈, 국방과학화 전투훈련체계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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