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이유를 바로 납득하지 못하는 점도 이해합니다.”
정부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 시행을 겨우 6일 앞두고 돌연 두 달 연기한 이유를 묻자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26일 한 말이다. 금융위는 24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스트레스 DSR 연기 배경으로 자영업자의 자금 사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뜻 이해가 안 돼 다시 물어본 것인데, 그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이런 답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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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정부 정책이 갑자기 미뤄지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그 이유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어설픈 행정이라니. 그 배경이 궁금했다. 돌연 연기는 언제 그리고 누가 결정했는지, 결정 후폭풍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판단은 못했는지 등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시행 연기에 대해 정부는 지난주 F4(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 금감원, 한은 등은 불과 2주 전 5대 시중은행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긴장감을 갖고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랬던 경제수장들이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스트레스 DSR 시행까지 남은 두 달이 영끌 막차'라는 상반된 신호를 주는 결정을 앞장서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DSR이 높은 위험 차주(15%)와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던데, 단 두 달간 이들이 수백만 원의 빚을 더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수장들이 내놓은 연기 이유라니 황당하다. 부동산 PF를 끌어들인 것은 더 궁색하다.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을 골라내는 과정이 개인에 대한 대출 규제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장은 회복하는 부동산 경기를 더욱 띄우기 위한 조치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방법은 두 가지다. 금리를 인하하거나 대출을 늘리거나.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하나의 의견일 뿐”으로 선을 그었다. 이어 나온 게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 연기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라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정부의 위기감은 그저 말뿐이었다는 것.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 연기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당국 관계자의 말을 기자는 이렇게 이해한다.
곽주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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