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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뜨거운 열기 속 철광석에서 산소 떼어내기…포스코의 '탄소 중립'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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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뜨거운 열기 속 철광석에서 산소 떼어내기…포스코의 '탄소 중립' 구슬땀

입력
2024.06.27 0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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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 전기용융로(ESF) 첫 공개
환원제의 25%를 수소로 써
100% 땐 탄소 없이 물만 배출
광양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선
폐배터리 재활용해 소재 생산

24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 포스코 제공

24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ESF 전기용융로 출선 장면. 포스코 제공


경북 포항시 기온이 최고 33도를 찍었던 24일 오후.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FINEX) 공장은 수소환원제철을 만드는 열기로 뜨거웠다. 쇳물 녹이기는 철광석(Fe2O3)에서 산소(O2)를 떼어내는 과정이다.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이 과정에 석탄 대신 수소를 쓴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다르다.

이 공장은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일부 도입해 철을 양산하고 있다. 환원제의 25%를 수소로 쓰고 있는데 만약 100% 수소환원제철을 택하면 탄소는 내보내지 않고 물만 배출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이곳에는 우주복을 떠올리게 하는 은빛 방열복에 투명한 안면 보호구를 쓴 근로자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의 역할은 하루 여섯 번 드릴 등 도구를 이용해 용융로 아래 쌓인 진흙 같은 고강도 내화물에 숨구멍(출선구)을 내 쇳물이 일정 분량을 넘으면 뽑아내는 것이다.

포항제철소에는 100%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는 곳도 있다. 하이렉스(HyREX)·주조 실험동이다. 하이렉스는 4개의 유동환원로와 전기용융로 설비를 결합해 이뤄지는데 이날 회사 측은 ESF 전기용융로 시험 설비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기존 제철 방식은 환원과 용융이 동시에 일어나 고로에서 바로 쇳물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석탄을 배제하고 철을 생산할 경우 작은 구슬 모양의 고체인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이 나온다. 이를 환원제, 부원료 등과 함께 전기용융로를 통해 녹여야 수소환원제철이 끝나는 셈이다.

이곳 열기도 3파이넥스(FINEX) 공장 못지않았다. 순철이 녹는 온도인 1,538도는 전기용융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방열복과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근로자들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3월 19일 취임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녹색 전환(GX)과 디지털 전환(DX) 기술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로 그룹의 전통 산업 분야인 철강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철강분야에서 하이렉스 상용화와 저탄소 설비 체제 완성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3파이넥스 공장이 그 같은 계획의 사전단계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면 하이렉스·주조 실험동은 그 완성을 책임지고 준비하는 테스트베드(Test Bed)인 셈이다.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상무는 이날 "하이렉스는 3,000년 철강 역사를 뒤바꾸는 신(新) 경제국보 1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술 개발로 철강 분야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취지다.


광양선 이차전지 '풀 밸류체인' 열기

전남 광양시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에서 25일 한 직원이 양극활물질 제조를 위한 고온 열처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전남 광양시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에서 25일 한 직원이 양극활물질 제조를 위한 고온 열처리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수소환원제철이 포스코그룹 전통 사업 분야인 철강에서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라면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분야다. 그룹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 풀 밸류체인을 완성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25일 찾은 전남 광양시 율촌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도 니켈, 코발트, 망간 등으로 구성된 전구체를 리튬과 혼합해 머리카락 4분의 1 크기의 양극재로 만드는 소성(조합된 원료를 가열해 경화성 물질을 만드는 조작)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단결정 양극재는 다결정 양극재에 비해 이차전지 소재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지닌다. 그런데 이때 수분이나 이물질이 섞이면 불량품이 나온다.

이 공장 주변에는 포스코그룹 다른 소재 공장이 자리해 양극재 공장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양극재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는 것은 리튬인데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리튬 광산기업 필바라가 지분을 나눠 투자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공장이 인근에 있다. 호주에서 들여 온 광석 리튬의 공급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잔뜩 쌓아놓은 곱게 갈린 광석 더미가 눈에 띄었다. 광석을 갈아서 이차전지 소재 원료인 리튬을 뽑아내는 것이 공정의 핵심인데 광석 1톤(t)에서 순수 리튬 25㎏을 얻을 수 있다. 이 공장에서는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의 연간 리튬 수요량(4만3,000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리튬을 만든다.

인근의 포스코HY클린메탈도 양극재 제조 공정 및 폐배터리에서 나온 스크랩을 재활용해 양극재 소재를 생산한다. 송민석 포스코HY클린메탈 사업운영실장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자원 순환의 마지막 자물쇠를 채우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유럽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서도 의무적으로 재활용 물질을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한 만큼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포항•광양=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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