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작년 조사한 탈북민 141명 증언 추가
'한국 영상 시청' 이유로 공개 처형 목격
"처벌 강해졌지만, 한류 인기 여전"
"2022년 황해남도 한 광산에서 공개 처형을 봤습니다. 22세 농장원이었습니다. 재판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괴뢰(남한)놈들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듣고 보다가 체포됐다'고 했습니다. 노래와 영화를 7명에게 유포했다고도 했습니다."
2023년 탈북 남성
통일부가 27일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처음 외부로 공개한 작년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민 508명에, 지난해 조사한 141명의 증언이 더해졌다. 북한인권홍보대사인 배우 유지태씨가 내레이션을 맡은 영상보고서도 새롭게 제작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을 적용해 공개 처형한 주민 사례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도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 시청과 아편 사용 혐의로 총살을 당했다는 내용이 실리긴 했지만, 이번처럼 처형 현장을 직접 본 이의 증언은 아니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시작으로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을 차례로 만들어 한국 문화의 유입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를 '3대 악법'으로 지칭하고, 이를 통한 처벌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개 처형 목격자 외 "2023년 3, 4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어긴 사람들이 처형당했다고 들었다"는 또 다른 탈북민의 증언을 소개했다.
지난해 탈북한 여성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강연 영상 속에 나온 '괴뢰 예시'들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이 여성은 "(영상에서) 결혼식 때 신부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신랑이 신부를 업어주는 것을 '괴뢰식'으로 규정했다"며 "선글라스를 쓰거나 와인잔으로 와인을 마시는 행위, 여러 개의 장신구를 동시에 착용하는 것도 모두 '반동'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결혼식 때 신부가 한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한류 영향으로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정부가 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언어 사용에서도 강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주민들의 휴대폰을 수시로 검열하며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색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주소록에 '아빠', '쌤(선생님)' 등 한국식 표현이 있는지 단속했다는 게 탈북민들 증언이다. '빨리빨리'라는 표현도 괴뢰식으로 규정, '인차'라는 북한말을 쓰도록 강요했다.
보고서는 또한 북한 당국의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2018년 무렵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적발되면 1만 위안(약 190만 원) 이상의 뇌물을 줘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목선을 탄 채 동해상에서 탈북한 강규리(24·가명)씨는 이날 언론설명회에서 "지난해 19세, 20세, 23세인 지인 3명이 외부 영상을 보다 총살당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지금 남북한 사이가 급격히 나빠져서 남한 드라마·영화를 보다 현장에서 걸리면 바로 총살"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물론, 이 같은 처벌에도 북한 내 한류는 계속 확산 중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처음엔 겨울연가, 가을동화, 상속자들, 시티헌터 같은 드라마를 봤고, 탈북 전까지도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순정에 반하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북한 얘기를 다룬 사랑의 불시착 등을 봤다"며 "노래는 임영웅이 부른 신사와 아가씨 OST(사랑은 늘 도망가), 백지영의 서정적인 발라드 등을 즐겨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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