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건강 위협 땐 임신중지 허용해야" 판결문
선고 전 대법 홈피 게시됐다 삭제... "직원 실수"
대선 후보 첫 TV 토론회 하루 전 바이든 편든 셈
2년 전 '임신중지권 폐기' 결정문 초안도 유출돼
미국 연방대법원이 '긴급 임신중지(낙태) 허용' 판결문을 선고 전인 26일(현지 시간) 실수로 공개했다. 최종 판결문인지는 불확실하지만, 27일로 예정된 민주·공화 양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임신중지권 부활'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 사전 유출된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연방대법원이 아이다호주(州)에서 긴급 낙태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대법원 홈페이지에 '아이다호주 대 미국(정부)' 소송 상고심의 22쪽 분량 판결문이 게시됐다가 금세 삭제됐다. 잠깐 게시된 판결문에는 연방대법원이 아이다호주의 상고를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기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6 대 3으로 상고 기각"... 보수 대법관도 바이든 편?
유출된 문건대로라면 '보수 우위' 구도(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3명)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며 이번 소송을 낸 바이든 행정부 편에 선 셈이다. 진보 대법관뿐 아니라 보수 대법관 일부도 '긴급 낙태 허용' 입장을 취했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이다호주의 병원에서 산모 건강 보호를 위해 긴급할 경우, 임신중지 시술을 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이다호의 주법상 임신중지는 '산모의 사망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일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이러한 주 법률이 연방법인 '응급의료처치 및 노동법(EMTALA)'과 충돌한다며 소송을 냈다. 임신부의 건강 보호를 위해 임신중지를 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EMTALA는 '연방 자금을 받는 병원은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안정시키거나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판결문이 최종본인지는 알 수 없다. 퍼트리샤 매케이브 연방대법원 대변인은 "법원 출판(publication) 부서가 실수로 홈페이지에 문서를 게시했다. 법원 의견(판결)은 적절한 시기에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임신중지 찬반' 격론 앞두고 판결문 유출
임신중지 관련 판결이 미리 새어 나간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22년 6월 말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1973년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례) 폐기 당시에도 몇 주 전 결정문 초안이 유출돼 소동이 벌어졌다. 최종 판단도 초안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
공교로운 대목은 '대법원의 실수' 다음 날인 27일,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이 개최된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임신중지 문제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찬성 입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반대 입장) 간 격론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판결문 사전 유출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짚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주요 소송 10여 건 중에서 유독 이 사건 판결문이 미리 공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사우스텍사스대 법학과의 조시 블랙맨 교수는 법원이 실수로 의견을 공표한 경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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