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4·개혁파 1명… 과반 없으면 결선투표
서방 제재 속 경제난·인권 문제, 민심 가를 듯
"누가 되든 반미·반서방 강경 기조 변화 없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후계 구도 가늠자 '촉각'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이란 보궐 대선이 28일(현지 시간)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정면 군사 대결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뤄진다. 다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능가할 수는 없어 이란의 대외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보수 4명... '의사 출신' 개혁파 돌풍 주목
27일 이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당일 이란 유권자 6,100만 명이 헌법수호위원회 승인을 받아 출마한 후보자 총 5명을 대상으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투표 결과는 이르면 주말 사이 발표될 수 있다.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상위 두 후보가 다음 달 5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후보 중 4명이 반(反)서방 강경 보수파다. 대표적인 유력 주자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2) 국회의장이 꼽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사령관, 경찰청장을 지낸 그는 2005~2017년 수도 테헤란 시장을 지내는 동안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지만, 과거 3번의 대선에선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외교통' 사이드 잘릴리(58)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그 외 보수파 후보는 알리레자 자카니(58) 테헤란 시장, 법무장관 출신 정치인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 등이 있다.
헌법수호위가 온건개혁파 후보 중 유일하게 출마 자격을 부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이 돌풍을 일으킬지도 관심이다. 외과의사 출신 보건장관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는 페제시키안 의원은 지난 24일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24.4%로 깜짝 1등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히잡 시위를 옹호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이란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또 다른 보수파 후보였던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53) 부통령이 이날 "혁명세력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전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중도 하차를 선언, 분산됐던 보수 진영 표가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후계 구도 영향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란의 반미·반서방 대외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에서 대통령은 '2인자'이고, 군 통수권부터 사법·행정 실권은 서열 1위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메네이가 고령인 85세에 접어든 만큼 새 대통령은 그의 승계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영국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당초 라이시 대통령이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던 인물이었는데, 그의 죽음으로 승계 구도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향후 이란의 미래 권력 구도까지 가늠할 기회라는 의미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을 좌우할 변수는 이란 내부 현안이다. 미국과의 핵 합의 파기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가져온 최악의 경제난과 히잡 시위로 불거진 여성 인권 문제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투표율도 주목할 부분이다. 히잡 시위 유혈 진압 이후 정부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정치 무관심과 투표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치러진 총선 투표율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저치인 41%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 사이에 냉소주의가 널리 퍼져 있으며, 많은 이란인들은 인터뷰,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에서 투표를 통해 중요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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