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방송장악을 연장하려는 것”, “나쁜 습관성 탄핵병”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법 취지인 ‘합의제’를 무시하고 방통위를 기형적인 ‘2인 체제’로 운영해온 정권이 빌미를 준 것은 분명하다.
야당은 김 위원장 탄핵소추 이유로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 YTN 지분매각 결정의 심사기준 미충족 등을 꼽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후임이사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에 반영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은 단 2명의 위원들의 결정에 따라 이뤄져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법상 2인 이상 요구로 회의가 소집된다는 조항을 “정족수 2명”이라고 해석하는 여당 주장을 사실상 탄핵한 것이다.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방송위는 여전히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두 명이 결정하는 2인 체제다. 게다가 야당 추천 방통위원은 임명하지 않은 고의적 2인 체제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기형적 방통위는 결국 방송정책을 정권 입맛대로 결정하려는 의도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로 YTN 매각 승인 등의 주요 결정을 강행하면서 방통위는 스스로 공신력까지 무너뜨렸다.
방통위는 어제도 둘이서 8·9월 각각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 KBS, EBS 이사진 공모 일정을 의결했다. 현재 야당이 방송3법 개정안(공영방송 이사를 늘리고 언론·방송학회 등에 추천권 부여) 입법을 추진 중인 데 대한 맞불로 볼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 때까지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전임 이동관 위원장처럼 탄핵소추 전에 사퇴하고,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정권 의지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3법의 필요성과는 별도로, 방통위가 현행법 체제에서 방송사 이사진 공모 작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를 비난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 결정이 논란의 2인 체제에서 내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 취지에 맞게 5인 체제를 갖추고 결정을 하면 된다. 주요 정부기관을 이런 식으로 파행 운영하면서 무슨 국정 신뢰를 얻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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