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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보수 뚫고 개혁 후보 1위 '돌풍'… 이란 보궐 대선, 20년 만에 결선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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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보수 뚫고 개혁 후보 1위 '돌풍'… 이란 보궐 대선, 20년 만에 결선투표

입력
2024.06.29 17:13
수정
2024.06.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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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추락사' 라이시 후임자 선출 투표
개혁파 페제시키안, 예상 외 선전 '1위'
기성 정치권 실망한 이란 민심 이반 해석
투표율 40%로 역대 최저 또 갈아치워

지난 28일 오전 테헤란 호세이니예 에르샤드 모스크 투표소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테헤란 호세이니예 에르샤드 모스크 투표소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전날인 28일(현지 시간) 실시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투표에서 유일한 개혁파 후보가 뜻밖에 선전, 과반 득표자 없이 약 20년 만에 결선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보궐 대선은 지난달 19일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다.


보수 후보 3명 제치고 개혁파 페제시키안 1위 '이변'

29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이날 잠정 개표 결과 1,040만여 표를 득표한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와 947만여 표를 얻은 보수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혔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330만여 표에 그쳤다.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상위의 두 사람이 대통령직을 놓고 다음 달 5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치러진 13번의 대선 중 결선투표가 성사된 것은 지난 2005년이 유일하다.

이번 대선에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보자 총 6명 가운데 2명이 선거 전 자진 사퇴, 총 4명이 출마했다. 외과의사 출신 보건장관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는 페제시키안 후보는 유일하게 출마가 승인된 온건개혁파 후보였다.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기에 이번 선거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와 다시 맞붙게 된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으로 꼽히는 강경 보수파다.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와 외무차관을 역임한 외교통이기도 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28일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대통령 보궐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28일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대통령 보궐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경제난·인권 문제에 이란 민심 흔들렸나

예상을 깬 그의 선전은 경제난과 인권 문제 등을 놓고 기성 보수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보수 성향 라이시 대통령은 2022년 최대 규모의 반정부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해 수백 명을 사망케 했고, 이후로도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법 탄압을 이어왔다. 또 미국과의 핵 합의 파기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최악의 경제난을 가져오면서 민심이 이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은 이번 대선 투표율이 4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심상찮은 민심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간 이란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정치 무관심과 투표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주요 선거 때마다 투표율은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역대 대선 중 최저 투표율은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됐던 2021년 49%였고, 총선 중에서는 지난 3월의 41%였다.

이란 대통령은 '2인자'… 누가 되든 반미 기조 유지될 듯

이번 선거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 간 정면 군사 대결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란의 반미·반서방 대외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에서 대통령은 '2인자'이고, 군 통수권부터 사법·행정 실권은 서열 1위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갖고 있어서다. 다만 하메네이가고령인 85세에 접어든 만큼 새 대통령은 그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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