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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vs. '투란도트'… 오페라계 블록버스터 2편 하반기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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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vs. '투란도트'… 오페라계 블록버스터 2편 하반기 개막

입력
2024.06.30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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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투란도트' 초대형 오페라 2편 무대에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KSPO돔서
'어게인 2024 투란도트' 7000석 규모 코엑스 컨벤션센터
화려한 볼거리로 대중에 가까이
"전문 공연장과 다른 공간으로 음향적 만족감은 의문"

10월에 공연될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왼쪽)의 포스터와 12월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티저 포스터.

10월에 공연될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왼쪽)의 포스터와 12월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티저 포스터.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마지막 오페라다. 남자를 혐오하는 중국 공주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타국의 왕자 칼라프가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를 푼다. 푸치니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고대 중국을 상상하면서 대편성 관현악의 화려한 입체 음향을 연출했다. 푸치니의 죽음으로 미완으로 남아 연출적 재해석 폭이 넓고, 칼라프가 부르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리아 중 하나다. '투란도트'가 초대형 규모의 무대로 자주 선보이는 이유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블록버스터급 규모를 자랑하는 두 편의 '투란도트'가 올 하반기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00년대 비싼 입장료의 초대형 야외 오페라가 오페라 대중화에 기여하지 못한 채 이벤트성 공연으로 전락한 바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컨테이너 55대 분량 장비 공수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공연된 '투란도트'. 솔오페라단 제공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공연된 '투란도트'. 솔오페라단 제공

우선 솔오페라단·한국체육산업개발(KSPO&CO)·솔앤뮤직문화산업전문회사가 세계적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프로덕션의 '투란도트'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10월 12~19일 약 1만 석 규모의 서울 잠실 KSPO돔(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선보인다.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을 붙인 공연은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고(故)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버전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우크라이나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64)와 러시아의 올가 마슬로바, 한국의 신예 전여진이 번갈아 투란도트를 연기한다. 칼라프 역은 마르틴 뮐레(55), 아르투로 샤콘 크루즈가 캐스팅됐다.

이들을 비롯한 출연진 20명과 의상·분장·무대 설치 기술진 61명 등 프로덕션을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인력만 80명이 넘는다. 들여오는 공연 장비는 컨테이너 55대 분량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은 국내 민간 단체들로 꾸린다. 티켓 가격은 최저 5만 원부터 최고 55만 원까지 좌석별로 다양하다.

아스믹 그리고리안 내한… 최고가 100만 원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출연 예정인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왼쪽)과 테너 브라이언 제이드.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

'어게인 2024 투란도트' 출연 예정인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왼쪽)과 테너 브라이언 제이드.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 제공

연말엔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 회장이 예술총감독을 맡아 꾸리는 '투란도트'가 공연된다. 박 감독은 2003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투란도트'를 공연해 한국에서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켰던 인물.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가 주최하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12월 22~31일 7,000석 규모의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서 공연된다.

연출은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La Scala) 극장에서 '투란도트'의 새로운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는 다비데 리베르모레가 맡는다. 지휘는 이탈리아 오페라 지휘자 파올로 카리냐니와 아르헨티나 출신 테너 겸 지휘자 호세 쿠라가 공동으로 나선다. 투란도트 역의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칼라프 역의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칼라프를 사랑하다 비극적 죽음을 맞는 시녀 류 역의 박미혜 서울대 음대 교수 등이 캐스팅됐다.

주최사는 '투란도트' 제작비를 170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자체 추산한다. 길이 45m, 높이 17m의 대형 무대에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다양한 배경을 표현할 계획이다. 티켓 가격은 VIP석은 국내 오페라 역대 최고가인 100만 원, 그 외 좌석은 15만∼30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박 감독은 "이번 공연이 죽어가는 한국 오페라 시장에 생기와 활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공연이 대중화에 보탬 안 돼"

초대형 오페라는 현란한 무대와 의상 등 볼거리가 강조돼 대중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음향 증폭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페라 초심자가 아닌 애호가들에게는 충분한 음향적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는 "이런 대규모 공간에서 하는 오페라는 아무리 음향 시스템 수준을 높여도 기존 오페라 극장 공연과 동일한 조건으로 감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유명 성악가의 내한 등은 관심을 끌 만한 요소지만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공연이 기획되면 다른 작은 공연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진정한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런 단발성 공연 기획에 앞서 오페라계가 다 함께 전반적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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