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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취향과 개인 자유·권리의 한계

입력
2024.07.0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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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소도미법과 수간금지법- 1

기원전 500년 무렵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작된 질그릇 문양. 실레누스(사티로스)와 사슴의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기원전 500년 무렵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작된 질그릇 문양. 실레누스(사티로스)와 사슴의 성행위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인도 출신 법의학자 겸 성적 병리학자 아닐 아그라왈(Anil Aggrawal)은 성도착증(paraphilias)과 성도착장애(paraphilic disorder)는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임상적으로 연구가 무척 힘들고, 또 무해한 까닭에 연구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많아 일목요연하게 목록화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08년 저서에서 그는 그나마 알려진 성도착 성향과 증상 547개를 선별하며 “인간의 성적 흥분은 마치 알레르기처럼, 태양을 포함해 태양 아래 모든 것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세 이래 인류는 지난 세기말까지 일반적-보편적이지 않은 성적 행위자를 통칭 ‘남색법(sodomy law)’으로 규제했다. 대표적인 게 동성애였지만 부부간 구강·항문 성교도 그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개인의 자유권이 신장되고, 권리의 오남용 부작용과 병폐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 장치들이 촘촘해지면서 현대 문명 국가는 대부분 개인의 성적 지향-취향에 법이 물리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은밀한 성적 권리에 관한 문명사회의 저 원칙은 리버테리언(자유지상주의)적 지침을 대체로 따른다. 지난달 작고한 미국 리버테리언 정치철학자 데이비드 보아즈(David Boaz)가 정의한 자유지상주의의 정의는 “다른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존중하는 한 개인은 각자 선택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주는 1976년 7월 소도미법을 폐지했다. 동물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한 수간 등 광의의 동물성애(zoophilia)도 법적 규제 대상에서 배제됐다. 연방대법원이 2003년 '로런스 대 텍사스주' 판결로 마지막까지 버티던 14개주의 소도미법을 일괄 무효화하기 27년 전이었다. 하지만 워싱턴주는 한 사건을 계기로 2006년 2월 수간금지법을 부활시켰다. 2005년 7월 2일 킹카운티 이넘클로(Enumclaw) 인근에서 일어난 45세 남성의 수간-사망 사건이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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