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채 상병 특검 수용'에
나경원·원희룡·윤상현 등 맹공
한 측 "국민 향한 공포 마케팅"
'한동훈 대세론'에 맞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연일 '배신자'라고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결이 다른 주장으로 치고 나가자, 다른 후보들은 "한 후보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면서 여론전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배신의 정치' 프레임은 과거 보수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의 판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원희룡 "한동훈, 대통령과 소통 없어 충격"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30일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과 한 후보 간에) 의미 있는 소통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소통하는 신뢰 관계가 아니라는 팩트를 당원들이 알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면서 "소통과 신뢰가 없으면, 출발은 배신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모두를 공멸시키는 결과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간격을 넓히며 당원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나경원 후보도 전날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이해될 수 있다"면서도 "그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날 "배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당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상현 후보도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싸움이 친박(친박근혜)-비박을 능가하는 파탄의 관계가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며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탈당과 탄핵도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후보는 "한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탈당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경험이 없다"고 지적하며 "당 일부가 탄핵에 찬성해 자중지란, 적전분열을 일으켜 현직 대통령과 당이 정면 충돌해 탄핵을 당했다"고 했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 탈당 혹은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한동훈 측 "공포 마케팅... 자승자박"
한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정광재 캠프 대변인은 논평에서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며 "악의적 '배신 프레임'은 분명 당원과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장동혁 의원도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따라가는 것을 배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번 당대표 선거가 인신공격과 마타도어가 아니라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이다. 원 후보는 과거 이회창 총재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이 총재 지지자들이 김 대통령 인형 화형식을 열었던 사례까지 언급했다. 두 사례 모두 당내 분열로 인한 충격이 적지 않았고, 이후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배신자론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건 보수 지지층의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대구·경북(TK)지역 의원은 "영남 당원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너무 크고, 윤 대통령이 '그래도 대통령'이라는 정서가 강하다"면서 "채 상병 특검 수용 등이 당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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