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초반 당권 레이스가 '한동훈 대세론'에 나머지 3명이 협공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공격의 화두가 '배신의 정치'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다. 여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잊은 게 아니고서야 이런 퇴행적 논쟁을 벌이는 게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친윤' 후보를 자처한 원희룡 후보가 “하루아침에 인간관계를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나”라며 한 후보를 비판한 뒤, 나경원 후보는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고 각을 세웠다. 윤상현 후보는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세 후보 측 전략은 당원투표 비율이 80%인 데다 영남 당원 비중이 큰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승민 새누리당 원대대표를 지목해 말한 ‘배신의 정치’는,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표현이다.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충돌한 데다 최근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를 들고 나오면서 사실상 과거의 유승민과 동일시하는 셈이다. 한 후보는 보수층도 잡고 외연확장을 하는 ‘두 마리 토끼잡기’가 가능할지 줄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무책임하거나 애매한 차별화로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는 여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중대한 정치 이벤트다. 친윤, 반윤을 따지며 ‘그들만의 잔치’에 머문다면 윤 정부가 총체적 난국을 극복할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총선 3개월이 되도록 여당은 제대로 된 패배 원인분석이나 당 쇄신 성과를 보여준 게 없다. 그렇다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윤 정부 3년간 국민과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제대로 토론해야 한다. 특검법, 당정관계 재설정을 포함해 어떤 금기도 배제한 채 국정 비전과 민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TV프로그램 중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며 그 이유를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해, 정치를 배신과 충성으로 단순화시켰다. 이후 빚어진 헌정 파괴의 아픔을 겪고도 ‘배신의 정치’를 논하는 지금의 여당 풍경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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