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국세 수입이 계획보다 크게 모자라자 ‘세수결손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올해 5월까지 세수 실적은 연간 계획의 41%에 그쳤다. 이는 최근 5년 실적 평균 47%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기재부는 지난해 56조 원 세수 부족에 이어 올해도 세수결손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연초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보고 상반기에 재정 집행 속도를 높여 예산의 65%를 집중 풀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상반기가 마무리된 지금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발표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전월보다 하락하는 등 이미 경기 부진은 가시화했다. 상반기 수출 호조에 따라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그 영향으로 하반기 내수도 되살아나면 세수가 늘 것이란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올해 세수결손 규모는 20조 원 내외로 예상된다.
예산 대비 세수가 크게 부족할 경우 통상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채를 추가 발행해 꼭 필요한 부분에 예산이 부족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또 추경은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침체 폭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건전재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현 정부에서 추경은 금기어에 가깝다. 지난해에는 추경을 피하고자 환율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 여유 재원 20조 원을 무리한 방법으로 전용, 세수로 충당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외평기금 여유분도 크게 줄어들어 이마저도 어렵다.
그런데도 30일 정부·여당·대통령실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약속하는 등 추가 재정이 필요한 정책을 계속해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상속세 인하, 금투세 폐지 등의 감세도 동시에 추진한다. 지금과 같은 세수결손 상황을 방치하면 필요한 복지나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예산집행이 끊기는 대규모 예산 불용(不用)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추경을 편성해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감세는 경제회복 이후로 미뤄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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