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돌연 사의 표명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갈등 등 소문 파다
최종 후보군 4~5명 추린 것으로 전해져
"축구협회 내부 문제점 자주 노출돼"
대한축구협회의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작업이 첩첩산중이다. 정해성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A매치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축구계에선 불협화음으로 내부도 다스리지 못하는 축구협회가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축구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이틀 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방문해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 주 최종 후보군에 오른 면접 대상자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었던 정 위원장의 행보에 축구협회도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 후보군을 4, 5명으로 추렸다고 전해져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은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이끌 예정이다.
하지만 축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위원장이 사임을 표명한 이유가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서다. 우선 협상 대상자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보인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 대한 '선임 결정권'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사태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맹비난을 받았다. 그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을 선임할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을) 진행했다"고 말했으나,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1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과 독대한 뒤 선임된 과정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사의를 표명한 정 위원장도 지난 4개월간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5월 초중순까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3월과 6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사상 초유의 '임시 감독 체제'로 마쳤다. 급한 불이야 껐지만, 그 과정에서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한 황선홍 감독(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결국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황 감독의 겸직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정 위원장의 책임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결국 황 감독만 대표팀에서 물러났을 뿐 축구협회에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자격도 도마에 올랐다. 새 사령탑 선임을 목전에 두고 최종 후보 선별자인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의 표명하는 등 협회 내 불협화음이 나와서다. 내부도 제대로 다지지 못하는 협회가 어떻게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한 축구계 원로는 "협회 내부의 문제점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정 회장은 4연임을 노릴 게 아니라 당장 내실이나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도 축구협회에 직격했다. 그는 30일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정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라며 "협회에서 누구도 정 위원장을 지원해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혼자 고립되신 듯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협회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일도 만약 협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감독 1순위 후보'에 대한 거절의 뜻을 전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7일 열린 3차 예선 조 추첨 결과 한국은 이라크와 요르단, 오만,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 중동팀들과 B조에 편성됐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첫 경기는 오는 9월 5일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다.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자칫하면 감독 선임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설령 새로운 사령탑을 찾는다고 해도 급한 밥에 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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