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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짓말 팩트체크 안 해"… CNN 책임론 불거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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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짓말 팩트체크 안 해"… CNN 책임론 불거진 까닭은

입력
2024.07.02 00:09
수정
2024.07.0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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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최소 30번 거짓 주장"
토론 중 온라인 보도는 했지만
CNN 사회자 정정 횟수는 '0번'
"명백한 거짓은 짚어 줬으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스톤월 국립기념물 방문자 센터 개관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스톤월 국립기념물 방문자 센터 개관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토론을 주관한 미 CNN방송에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토론 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쏟아낸 30개의 허위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사실 검증)'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논박은 토론자의 몫이지만, 이번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최소 30번 거짓말하고도 승리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바이든의 처참한 토론 이후, 민주당은 비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외부에 '토론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토론 전략을 잘못 짠 참모진이나, 토론 방송에 팩트체크를 포함하지 않은 CNN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중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여러 매체가 주목했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토론을 시청한 유권자들은 '토론의 승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67%)을 바이든 대통령(33%)보다 두 배 더 많이 꼽았다.

그러나 CNN은 토론이 끝난 후 "트럼프는 토론에서 30개 이상의 거짓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일부 민주당 우세 주(州)에서 아기를 출생 후에도 임신중지(낙태)할 수 있다거나 △2020년 대선은 사기이고 △미국이 유럽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원조를 제공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 세금을 4배로 인상할 것이고 △미국의 현재 재정적자·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등의 주장이 포함됐다. △이민자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주장도 반복됐지만,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고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반대라고도 CNN은 지적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9가지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의 취임 당시 실업률이 15%였고 △트럼프가 사회보장 시스템을 없애고 싶어하고 △자신의 감독 하에 미군이 한 명도 죽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이다.

'실시간 팩트체크' 없어… "시청자는 몰랐을 것"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러나 토론 시청자들은 주장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CNN의 팩트체크는 별도 온라인 기사로 보도됐을 뿐, 생중계된 토론 방송에는 표시되지 않았다. 사회자를 맡은 CNN의 두 앵커(제이크 태퍼·데이나 배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리한 질문을 회피할 때 재질문하는 등 최소한의 개입만 했다.

이에 '팩트체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AP통신은 "CNN은 토론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러 팩트체크를 올렸지만, TV 시청자들은 우연히 찾지 않는 한 그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도 "TV로 (토론) 이벤트만을 시청한 미국인들에게는 트럼프가 반복해서 한 거짓말은 거의 반박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물론 허위 주장을 차단하는 것은 사회자가 아닌 '토론자' 바이든 대통령 몫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CNN도 이같은 취지로 사회자의 역할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챌리언 CNN 정치부장은 토론에 앞서 "(토론장은) 실시간 사실 확인을 위한 이상적인 장소가 아니다"라며 "(사회자의 역할은) 토론을 촉진하고 중재하는 것이지, 참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다만 허위 주장은 펼치는 쪽보다 반박하는 쪽에게 불리하다. 설명과 반박에 긴 시간을 할애하면 수세에 몰리는 셈이고, 짧게 넘어가면 충분히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여러 차례 "그가 한 말은 전부 거짓말", "단순한 허위사실"이라며 짧게 반박했지만 이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AP는 "바이든은 (트럼프 발언을) 최소 10번 이상 반박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으며 기회를 놓쳤다는 느낌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한계 있지만… "명백한 거짓은 알렸으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술집에서 지난달 27일 대형 TV 화면을 통해 미 대선 후보 토론회 생중계가 방송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술집에서 지난달 27일 대형 TV 화면을 통해 미 대선 후보 토론회 생중계가 방송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기술적 한계도 있다. 생중계 방송에서 실시간 팩트체크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듀크대 저널리즘 및 공공정책 교수 빌 에이더는 "실시간 TV화면에서 팩트체크를 하는 방법을 실험했지만, (기술을 통해 팩트체크를) 자동화하려는 노력은 크게 실패했고, 사람이 직접 하려면 엄청난 속도가 필요했다"고 AP에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명백한 허위사실도 알리지 않은 것은 시청자의 판단을 방해한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번 토론 후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엑스(X)에 "사회자가 완전히 거짓된 내용은 시청자에게 알렸으면 좋겠다. 플랫폼이 사실로 위장한 허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CBS뉴스 앵커 게일 킹도 "(시청자들이) 사실을 모른다면 트럼프가 일리 있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CNN에는 "엄청난 오해가 있는 경우" 정정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었지만, 사회자들은 이 권한을 활용하지 않았다. SNS에서는 최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은 임신 8~9개월, 또는 출산 후에도 임신중지를 지지한다"는 등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말했을 때는 사회자가 바로잡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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