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보다 호평받은 미국 농기계 회사
편협한 이익 챙기기, 심화하는 기후위기
지구 공동체 위한 근본적 물음에 답해야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에서 올해 미국 농기계 회사 존 디어(John Deere)가 자율농기계를 선보였다. 비료와 물의 사용을 최적화하고, 농작물 수확량을 극대화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BMW는 차량 외장 도색이 수시로 변하는 '외장변색기술'을 선보였다. 기술적으로는 외장변색기술이 우위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장 반응은 갈렸다. 존 디어의 제품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유익한 기계로 호평을 받은 반면, BMW 기술에 대해서는 '대체 왜 이런 기술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 사례는 우리가 앞으로 기술 개발과 정책 수립에서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제품 개발이나 정책 실현에서 지금까지는 물질적 성장 또는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What' 또는 'How'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에 앞서 'Indeed Why?' 즉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챙겨야 한다. 지구공동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묻고 숙고해서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설정한 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지금의 상식이 초래한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의 정책들은 국가 이익이라는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익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구공동체는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일도 주저 없이 한다.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속도는 매우 느리고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며, 각국 대응도 마지못해 따라가는 수준이다.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는 이제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우리가 세운 목표보다 70년 이상 앞당겨져 수년 내에 돌파될 전망이다. 요즘 날씨는 결코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기후플레이션은 농업, 에너지, 보험,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기후위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상수가 되어버린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다양한 정책이나 기업 활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기업들이 쏟아내는 신제품들도 'Indeed Why?'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답밖에 할 수 없다면 고객들은 외면할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수준의 의식으로는 인류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선도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국가 정책을 재정비하고 추진한다면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을지 모른다. 모든 국가, 기업, 개인이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는 사회전환(SX)과 그린전환(GX)을 앞장서서 해결한다면 인류와 우리 자신 모두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환은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도,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이유도 '정말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물질 숭배로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열나게 하고 많은 생물종을 사라지게 했다면 이제 그 행위를 멈추고 어떻게 하면 지구 공동체가 평화롭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지, 우리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그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난 후에 할 일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숙고해 본다면 상당수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무의미한 일임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파괴된 지구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정말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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