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대통령엔 절대적 면책특권" 판결 파장]
특검, ‘의사당 폭동’ 세부 증거 공표로 반격할 수도
트럼프, 기세 몰아 ‘성추문 입막음’ 유죄 무효 주장
“전직 대통령이라도 ‘재임 중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선 면책특권이 인정된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사회에 충격파를 던진 미 연방대법원 결정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 재판을 지연시키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큰 승리를 안겼다는 게 중론이지만, 마냥 유리할지는 좀 더 깊이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 ‘공적(Official) 행위’, 처벌 대상이 되는 ‘사적(Unofficial) 행위’를 명확히 구분해 하급심에서 다시 살펴보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기 때문이다.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부적절한 발언이나 선동 행위 등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낱낱이 공표하는 식으로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특검, ‘1·6 의사당 폭동’ 세부 증거 공개할 땐 파장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법원 결정을 두고 “특검이 연방판사와 대중 앞에서 트럼프의 혐의에 대한 증거 대부분을 자세히 설명할 길을 열어준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대선 전 별도 공판에서 기소 근거로 작용한 세세한 증거들이 하나하나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법적 결론과는 무관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덕성 등에 큰 흠집을 내거나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유권자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듬해 1월 6일 극성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선동하는 등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각종 시도를 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초 기소됐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면책특권을 들어 ‘재임 기간의 행위는 퇴임 후에도 면책 대상’이라는 주장을 펴 왔다. 이는 본안 재판에 앞서 먼저 심리 대상이 됐고, 1·2심에선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일부 수용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본안 재판이 대선 전에 시작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셈이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다만 변수는 있다. 대법원은 면책특권 허용 범위만 규정했을 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가한 ‘대선 결과 인증 거부’ 압박 △허위로 친(親)트럼프 선거인단 구성 △1·6 의사당 난입 선동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체적 혐의가 면책특권 적용 대상인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하급심인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 맡겼다. NYT는 “향후 펜스 전 부통령은 물론, 허위 선거인단 구성에 가담한 참모들, 트럼프 측의 협박을 받았던 주정부 공무원 등 여러 인물의 증언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내친김에 “‘성추문 입막음’ 유죄 평결도 뒤집자”
일단 기세를 올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내친김에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기업 문서 조작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도 무효로 만들겠다는 태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대법원 결정 직후 이 사건을 맡고 있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파기하고 오는 11일로 예정된 선고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이 아닌, 대선 후보 시절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평결 파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일부 증거 능력을 놓고 다퉈볼 여지는 충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뉴욕주 검찰에서 수집한 증거들이 그의 대통령 재임 중 나왔기 때문에 재판에서 채택되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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