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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깜짝 16만 관객...예술영화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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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깜짝 16만 관객...예술영화는 살아있다?

입력
2024.07.02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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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 예술영화 1위에 올라
'5만 명이면 대박' 예상 깨고 흥행
예술영화 시장 활성화 기대 부풀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수용소 소장의 사택 생활을 들여다보며 악의 평범성을 부각한다. 찬란 제공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수용소 소장의 사택 생활을 들여다보며 악의 평범성을 부각한다. 찬란 제공

예술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극장가에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5일 개봉해 1일까지 모은 관객은 16만4,115명. 올해 개봉한 예술영화 중 최고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예술영화 시장은 되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관객이 예술영화 향유층으로 새롭게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로 예상 밖 흥행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아우슈비츠수용소 소장 가족은 수용소 바로 옆에서 안락하게 생활한다. 찬란 제공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아우슈비츠수용소 소장 가족은 수용소 바로 옆에서 안락하게 생활한다. 찬란 제공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소재다. 아우슈비츠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 가족이 수용소 바로 옆 사택에서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구가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며 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핀다. 여느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달리 학살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 역설적으로 만행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홀로코스트는 특이한 소재가 아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감독은 조너선 글레이저다. ‘탄생’(2004)과 ‘언더 더 스킨’(2013)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나 소수 영화 마니아에게나 알려진 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예술영화 1위 등극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들이다. 수입사 찬란의 강지은 마케팅배급팀장은 “개봉 전에는 손익분기점 넘기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다”며 “5만 명만 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라고 밝혔다. 예술영화 시장에서는 관객 3만 명이면 '흥행' 수식이 붙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흥행은 최근 극장가에 부는 예술영화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들어 ‘가여운 것들’이 15만6,130명을 모았고, ‘추락의 해부’는 10만3,393명이 봤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일본 영화 ‘괴물’은 올해까지 흥행몰이를 하며 53만6,300명을 동원했다. 강 팀장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상업적 성공은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의 흥행 흐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가여운 것들’은 여우주연상(에마 스톤) 포함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추락의 해부’는 아카데미 각본상과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2등상),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을 받았다.

젊은 관객 유입? 예술영화 새 부흥기 맞을까

영화 '추락의 해부'는 관객 10만 명을 모아 깜짝 흥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추락의 해부'는 관객 10만 명을 모아 깜짝 흥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예술영화 흥행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시장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예술영화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첫 호황기를 맞았고,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아트버스터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흥행했을 때 새 부흥기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입사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예술영화 쪽도 잘될 영화는 잘되고, 안 될 영화는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면서도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흥행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관객층의 유입이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30대 관객 비중이 가장 높다. 50대가 주요 관객층인 예술영화 시장에서 이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입사 대표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나는 이런 영화를 본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싶은 젊은 관객이 늘고 있지 않나 추정한다”며 “오페라나 클래식에 비해 적은 돈으로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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