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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맞을 준비되셨습니까

입력
2024.07.0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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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일 경기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톱 크랙다운(stop crackdown)’.

이주 노동자 18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화재 참사 소식을 접하며 머릿속에 맴돌았던 구호다. 직역하면 '단속을 멈춰라'인데, 구호가 나오게 된 배경을 톺아보면 '한국의 대책 없고 반인권적인 이주노동 정책을 개선하라'가 참뜻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톱 크랙다운의 유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제정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는 산업연수제로 이주 노동자를 고용했는데 '연수생'이기 때문에 노동자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이탈, 불법체류자가 된 노동자도 많았다. 법제처 자료를 보면 2003년 7월 외국 인력 중 불법체류자 비율은 78%에 달했다고 한다.

이주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노동자성을 보장해 주고 관리도 체계화하자는 게 고용허가제 제정 취지였다. 중소기업, 특히 '3D(Dirty·Difficult·Dangerous) 업종'의 인력난도 이주 노동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한 이유였다. 문제는 제도 도입과 동시에 체류기간 5년 이상인 이주 노동자에게 관용 없는 추방을 밀어붙이며 불거졌다. 견디다 못해 도망자가 된 노동자, 한국에서 일하려고 수백만 원의 일자리 소개비를 빚진 노동자 등 제도 미비로 극한에 몰린 노동자에게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때 이주 노동자들은 명동성당에 진을 치고 스톱 크랙다운을 외쳤다.

고용허가제 이후 이주 노동자도 일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을까. 아니다. 화성 참사 이후 나온 보도들을 보자. 안전 교육 없이 작업에 투입됐고, 회사가 지급하는 보상금은 내국인보다 적고, 생존자의 경우 추후 증상이 발현되면 피해 입증이 어렵다고 한다. 익명의 혐오로 인한 2차 가해는 또 어떤가.

장장 20년의 이주 노동사를 늘어놓은 것은 돌봄 문제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되는 이주 돌봄 노동자 도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사업'으로 불을 댕겼고, 한국은행이 기름을 부은 이슈다. 한은의 아이디어는 이랬다. '가계의 돌봄 부담은 여성 경제활동 제약, 저출생 등 생산인구 감소를 야기했고 국내총생산(GDP) 3.6% 손실이 우려된다. 돌봄은 생산성이 낮고 취업 기피 업종이니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하자. 홍콩을 보면 낮은 임금에도 이주 돌봄 노동자의 업무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쟁적인 제안이었고 실제 많은 언쟁이 따랐다.

화성 화재 참사를 목격한 지금, 우리는 다음 질문을 논쟁에 추가해야 한다. '돌봄은 노동 환경과 서비스 질이 직결되는데, 이주 노동자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노인 돌봄에 종사하는 중국 동포들은 충분한 역량에도 저임금을 받고 위생·도덕성이 결여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서 취업 유인이 낮다는데.1 이주 돌봄 노동자 도입 확대가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 정말 맞나.'

"돌봄 노동뿐만이 아니에요. 현 정부 들어 산업계에서 일손 부족하다 하면 이주 노동자들을 확 늘렸어요. 장기적 안목 없이 들어오라고 하면 미등록 체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이주 노동자 법률 대리를 다수 맡은 최정규 변호사의 얘기다. 대책 없는 이주 노동 정책.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1 .
공정원.(2018). 조선족 돌봄종사자의 노인돌봄체험 연구.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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