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4일이면 많은 이가 7·4 남북공동성명을 떠올린다. 남북한이 분단 후 처음으로 통일과 관련해 1972년 합의한 결과물이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 원칙은 여러 차례 일촉즉발의 상황에 맞닥뜨리면서도 남북이 더 큰 선을 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
46년이 흐른 2018년 7월 4일에도 역사적인 일 하나가 있었다. 남북 간 산림 분야 협력을 다짐한 7·4 남북산림협력회의다. 휴전선으로 분단돼 있지만, 하나로 연결된 산림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 대응, 북한의 산림복원 등 '녹색공동체'로서의 협력 방안을 논한 자리였다.
북한 산림의 조성과 보호를 위해 양묘장 현대화, 산불방지 공동 대응 및 사방사업, 접경지역에 대한 병해충 공동방제, 산림 과학기술 교류 협력 등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것들이다. 그 후 후속 조치로 병해충 공동방제 노력이 이뤄졌지만, 추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물 풍선'으로 대표되는 남북 갈등과 대치는 앞으로 또 일어날 수 있고, 그때마다 한반도는 냉랭하게 얼어붙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백두대간이 한반도를 단단하게 잡아주듯 세찬 풍랑에도 남북한을 연결해 줄 고리 하나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6년 전 있었던 7·4 남북산림협력이 떠오른 이유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남북산림협력은 비정치적이다. 그린데탕트 실현을 위한 선제 사업이 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산불·산사태·병해충 등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산림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산림조성·복원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생물다양성 보전 등 산림의 중요성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산림의 가치다. 특히 DMZ 산림과 백두대간으로 남북한의 생태계가 연결돼 있고, 기후변화에 따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지리적 조건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산림황폐화와 취약한 재해 관리에 따른 피해는 강 건너 불이 아닐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녹화 성공국이다. 산림청은 개발도상국과 산림전용·황폐화 방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 사업을 펼쳐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실적 500만t의 CO2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우리 실력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에서 북한의 산림 복원을 통한 탄소감축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황폐지 복구 협력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 중에도 외교를 한다고 했다. 7·4 남북산림협력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외교의 실마리가 되기를, 산림외교가 차가운 남북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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