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닷새간 15만명 방문...'최고 기록'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는 시대라는데, 왜?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시장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71개 출판사의 영업이익은 1,1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4% 줄었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 공들여 책을 쓰고 만드는 이들의 마음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독서 인구가 줄어서, 영상 콘텐츠가 각광 받아서…. 여러 원인을 찾아보지만 어느 것 하나 뾰족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로 많은 출판인들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출판계 불황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흥행 을 짚어보기 위해섭니다. 책 판매 부수도, 독서율도 가파르게 떨어지는 시기에 열린 도서전에는 닷새 동안 15만 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13만 명)보다 15% 증가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데 도서전에는 왜 더 많은 사람이 몰린 걸까요. 의아함은 450여 개 부대 행사를 둘러보면서 풀렸습니다. 그간 독자에 닿지 못한 설움과 한을 풀어내려는 듯 출판인들이 작정하고 준비한 '내책내판(내 책은 내가 판다)' 행사장에는 말 그대로 구름 인파가 몰렸습니다. 작가들은 책을 사는 독자와 포옹을 하고, 사진을 찍고, 고민상담을 해줬고, 편집자들은 좋은 글귀, 즉석 시, 독특한 굿즈를 나누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독자를 불러모았습니다.
먼저 다가가는 다정함 속에서 정성 들여 만든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작가와 편집자, 건네받은 책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스스륵 넘겨 보는 독자들을 보면서 '책은 역시 손맛이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책을 보고 듣고 만지는 깨알 즐거움을 '맛' 본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습니다. 촉각적이고 직접적인 책맛에 대한 독자들의 허기가 어쩌면 출판계의 오랜 불황을 끝낼 새로운 활기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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