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검사 4명 탄핵 시도하자
일제히 반발한 검찰... "위법 탄핵"
검찰총장은 '형사고발' 가능성 언급
검사들 국회 출석 여부가 다음 전장
더불어민주당이 2일 검사 4명(①강백신 성남지청 차장 ②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 ③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 ④·엄희준 부천지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검찰 조직은 사흘 내내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민주당의 탄핵 시도에 반발해 총대를 멘 이는 이원석 검찰총장이었다. 그는 탄핵소추안 발의 당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격정 토로를 이어갔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높은 수위의 비판 발언을 이어갔으며, 내부 회의를 통해 검찰 조직이 압력에 굴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고검장,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평검사 등 모든 직급 검사들이 탄핵 시도를 문제 삼았고, 특수·형사·공안·공판 할 것 없이 모든 부서 검사들이 반발에 동참했다.
탄핵 시도로 시작된 이번 검사 반발은 검란(檢亂)에 가까웠던 가장 최근 사례인 2020년 추미애-윤석열(추윤) 갈등과 결이 다르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는 남의 얘기에 가까웠지만, 이번 검사 탄핵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검사들의 위기감과 연대의식을 부추겼다는 게 차이점이다.
과거와는 뭔가 달랐던 검사들의 집단 반발. 2일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서부터 5일 이 총장의 출근길 작심 비판으로까지 이어진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짚어봤다.
7월 2일 : "탄핵하자" vs "이재명이 판사냐"
싸움은 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 170명은 2일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 발의안은 총 92페이지에 달한다. 민주당이 적시한 탄핵의 사유는 이렇다.
①먼저 강백신 차장검사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에서 불법 압수수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명예훼손죄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데, 강 차장검사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으로 수사를 이끌어나가는 동안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등 사건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한 건 위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강 차장검사가 신 전 위원장 등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도 했다.
②그 다음 김영철 차장검사에게는 더욱 광범위한 의혹을 들이댔다. 2022~2023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대기업 협찬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을 '봐주기 수사'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수사권이 없는데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했으며,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장시호씨와 사적 관계를 맺으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위증을 하게 했다는 의혹을 적용했다.
③박상용 부부장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한 게 문제가 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을 회유해 이 전 부지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한 건 '위법 수사'라는 것이다. 박 부부장검사에겐 울산지검 청사 내 민원인 대기실 바닥과 남성 화장실 세면대와 벽면에 대변을 발랐다는 '주사 의혹'도 적용됐다. ④엄희준 부천지청장은 2011년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위증을 시킨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탄핵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검사들이 "자신의 상관이었거나 인사권자인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지청장을 제외한 세 검사의 탄핵소추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무려 37번이나 등장한다. 따라서 검사들이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을 저질렀다는 게 민주당의 결론이었다. 나아가 이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들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원석 총장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이 총장은 탄핵소추안 발의 직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참모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 탄핵 시도를 '위법·위헌·보복·방탄' 탄핵으로 규정했다. 탄핵소추 사유는 의혹에 불과하고 이들 모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관여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검사 탄핵은 이재명 전 대표를 지키면서 검찰을 공격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취지다.
이 총장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하여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려 한다"며 "법정을 국회로 옮겨와서,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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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 "날 탄핵하라" 전국 검사들 지원사격
반발은 기자회견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이 총장의 기자회견 발언 요지를 정리한 글에는 3일 하루에만 응원 댓글이 150개 넘게 달렸다.
검사들의 분노도 분출했다.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절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과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실무자 대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했던 나를 탄핵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영철 차장검사가 속한 북부지검의 부장검사단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므로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탄핵 사유도 논리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선 강백신 차장검사에 대해선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에서 문제가 된 명예훼손죄는 부패범죄 및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직접 수사개시 대상 범죄"라며 "법원이 신학림 전 위원장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점 등을 미뤄보면 법원도 검찰 수사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김영철 차장검사의 결백도 호소했다. ①장시호씨가 이미 사적관계를 부인하는 등 위증 교사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②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은 직접 수사 개시 대상이며 ③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은 사건관계인 진술 등을 종합 검토해 무혐의 처분을 했고 ④피의사실을 공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검은 박상용 부부장검사에 대해서는 "'술자리 회유' 의혹은 허위로 드러났고 1심 법원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며 "울산지검 공용물 손상 관련 주장도 허위사실 유포"라고 밝혔다. 엄희준 지청장에 대해서는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위증 의혹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들의 비위와 불법·탈법 행위를 막지도 못하고, 엄정 조치도 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검찰총장이 지금 뭐 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의 오른팔'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쿠데타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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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5일 : 이원석, 검사 탄핵 또 비판... 형사 대응까지 거론
대검은 3일부터 검사 탄핵 논란이 전개되는 양상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탄핵의 부당성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를 어떻게 호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사들마다 생각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었다. 실제 대검 참모들은 이틀 내내 일선 검사장 등과 의견을 교환했고, 고검장 또는 검사장 회의 소집 여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내부망에 올라오는 글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터라 4일에는 소강 상태로 접어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 총장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4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검사 탄핵 조치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는 패색이 짙어지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 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모두 도맡겠다 나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검사들에게는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조직을 다잡았다.
법조계에서도 민주당의 탄핵 시도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자 민주당 의원들은 수위 조절에 나섰다. "저희가 탄핵을 지금 가결하겠다는 게 아니다"(장경태 의원)라거나 "정책 의원 총회를 하면 한두 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지는데 검사 탄핵안에 대해선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민정 의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장은 5일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서는 '형사고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무고 등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면책특권 범위에 벗어난 부분이 있다고 하면 법률적으로 검토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집단행동으로 헌법기관인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키면 내란행위라는 것을 알려드린다"(김용민 의원)거나 "어이없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황정아 의원)는 비판이 나와 긴장 상태는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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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국회 출석할까?
검찰과 민주당이 앞으로 치열하게 맞붙을 지점은 탄핵소추 대상 검사들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증인 출석 여부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검사들을 국회에 불러서 탄핵 소추 사유를 추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대검찰청은 증인 불출석부터 출석 후 상세한 소명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하는 사람이 국회에 나가는 자체로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불출석하는 게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법사위 조사가 불발되더라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킬 수 없는 건 아니다. 검사 탄핵소추는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 150명이 찬성하면 탄핵 절차가 개시되는데, 민주당 의석수는 이를 훌쩍 넘겼기 때문에 가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에는 헌법재판소가 △실제 위법이 있었는지 △위법했다면 파면할 만큼 중대한 문제인지 등을 종합해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탄핵 사유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으면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는 올해 5월 유우성씨 보복 기소 의혹을 받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유씨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긴 했지만 파면할 만큼 위법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었다. 현재 검사 네 명에 대한 탄핵 사유는 의혹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아 실제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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