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부인과 사적인 논의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원 "인간적 예의 아냐" 나 "경험 부족의 오판" 비판
20일도 안 남겨둔 당권 경쟁에 최대 변수 부상하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 후보가 답장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친윤석열계와 경쟁 후보들은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걸었다. 이에 맞서 한 후보 측은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이 도를 넘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20일도 남겨 두지 않은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4일 CBS를 통해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 편집본을 보면 김 여사는 당시 문제가 됐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몇 번이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한 후보에게 전했다. 김 여사는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해당 메시지를 1월 19일에 보냈고, 이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서너 차례 보냈다고 한다.
한동훈 "사과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
한 후보는 5일 취재진과 만나 이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가 당시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아서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친윤계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한 후보는 “왜 이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좀 의아하다”며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아니냐는 의문도 내비쳤다. 이날 KBS 인터뷰에서는 "(CBS가 공개한) 문자 내용도 재구성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취지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경쟁 후보들 "사과해야 한다" 요구
당권 경쟁 후보들은 맹공에 나섰다. 원희룡 후보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할 수가 있느냐”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한 위원장이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김 여사 제안에)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론도 제기했다. 나경원 후보도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며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윤상현 후보도 페이스북에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 전환"이라면서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과는 대통령과 상의해야지 왜 한동훈에" 반박도
반면 △사과에 한 후보 허락이 필요하지 않았고 △내밀한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것은 의도성이 짙다는 반박도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대통령 부인이 사과하는 문제를 남편인 대통령과 상의하셔야지 왜 비대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내 할지 말지 물어보나”라며 “내가 비대위원장이어도 너무 부담스러워 답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공개하라고 내용을 보내주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김 여사를 정보 출처로 지목했다.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는 당내에서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던 때"라며 "김 여사의 문자를 보면 '대선 전에도 사과를 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내가 꼭 떠밀리듯 사과를 해야겠느냐'는 행간의 의미가 보이는데 그래서 한 후보가 즉답하기 난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문자 발송 이틀 뒤인 1월 21일 윤 대통령이 이관섭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도 정말 사과가 하고 싶어서 연락했던 것인지 진의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한 후보가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반면 친윤계 인사는 "덜컥 대국민 사과를 했다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려워 선거 책임자이자 친분이 있는 한 후보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의논을 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답장이 없어 김 여사는 물론 윤 대통령도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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