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초반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더니 이젠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둘러싼 진실 공방에 빠져들고 있다. 4·10 총선의 궤멸적 패배에 대한 성찰과 당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은커녕 총선 3개월이 지나서야 패배 책임론으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게 집권여당의 현주소다.
김 여사의 문자는 그제 CBS 라디오를 통해 공개됐다.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1월 김 여사가 당시 총선을 이끌던 한 전 위원장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수차례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집권당의 비대위원장이 영부인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의 문자를 수차례 무시하면서 당정갈등(1월 21일 윤석열-한동훈 충돌)을 촉발해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게 친윤 측 시각이다. 한 전 위원장에게 총선 패배 책임이 크다는 대통령실 시각이 반영돼 있으며 배신자 논란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위원장 측은 당시 대국민 사과를 결정할 주체는 당이 아니라 대통령실이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전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 문자가 언론에 공개된 경위와 의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총선 참패를 성찰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아직까지 '네 탓 공방'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전대 기류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또다시 당무 개입에 나섰다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당권 후보들은 당정관계 퇴행을 걱정하기 보다 한 전 위원장을 집중 공격하며 반사이익만 노리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 여당의 무기력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철저한 쇄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퇴행적 경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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