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연합 주도… 반극우 여론 업고 총선 1위
“자유무역은 절대악” 극단 선동가로 불리기도
“정부 운영권 달라” 마크롱 압박… 정국 안갯속
프랑스 조기 총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돌풍을 잠재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핵심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장뤼크 멜랑숑이 잠재적인 총리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사회당·녹색당·공산당 등 좌파 정당들을 규합해 NFP를 주도, 극우 정당의 기세를 꺾은 멜랑숑은 프랑스 급진좌파의 ‘간판’ 인물로 불린다.
프랑스 극좌 간판… 극단 선동가에서 주류 정치인으로
7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멜랑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 구성 및 총리 취임 의지를 확인했다. 투표 결과 NFP가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168석), 국민연합(RN) 등 극우 블록(143석)을 제치고 1당에 오른 직후였다.
올해 72세인 멜랑숑은 프랑스 정치에서 수십 년간 극좌를 대표해 왔다. 1951년 모로코에서 스페인계 우편집배원 아버지, 이탈리아계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1세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열성 트로츠키주의자였던 멜랑숑은 1976년 사회당에 입당, 지방·중앙의회 의원으로 정치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2008년 사회당이 변질돼 친기업 행보를 보인다며 탈당, 2016년 LFI를 창당했다.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좌파 연합 대표로 대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파격적인 언행으로 입길에 오른 멜랑숑은 극단적 '포퓰리스트(대중 영합 정치인)'라는 평가도 받는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구애하려 금융인을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기생충’으로, 자유무역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절대악’이라 불렀다. 한때는 마오쩌둥 스타일 인민복을 즐겨 입기도 했다.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좌파 정당 의원들이 넥타이를 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당시 그의 주장이었다.
총리직은 불투명… 프랑스 정국 ‘안갯속’
물론 멜랑숑이 실제 총리에 올라 마크롱 대통령과 ‘동거 정부’를 꾸릴지는 불투명하다. NFP를 포함한 모든 정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권력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극좌 LFI에는 권력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유권자 사이에는 극우 못지않게 공격적 분배·재정정책, 반유대주의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극좌 역시 위험하다는 여론이 만만찮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좌파 연합 내부에서도 멜랑숑을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극우 집권을 막는다’는 목표 아래 결성된 느슨한 좌파 연합이 “내부 차이점을 무시한 채 연합 전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향후 프랑스 정국은 안갯속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LFI를 제외한 나머지) 좌파 연합의 요구도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NFP의 이번 총선 공약은 '최저 임금 14% 인상, 생필품 가격 상한제 도입, 부유세 및 고소득자·법인세 인상, 정부 지출 확대' 등이다. 이와 함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폐기하겠다고도 약속한 상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반(反)이민을 내걸고 유럽 각국을 휩쓰는 극우 정당 정책과 정반대로 프랑스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망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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