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계1' 재건축 사업계획 수립 용역
정부가 약속한 15곳 중 1곳만 본궤도 올라
LH 손실 줄이는 대안 시급...묘수는 안 보여
공공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서울 노원구 ‘서울중계1’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LH는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전국 공공임대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 대책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앞서 4일 ‘서울중계1 시범사업 사업계획 수립 및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의 입찰을 공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1990년 입주한 영구임대단지(882호)로 3개 동과 관리사무소, 상가로 구성됐다. 용적률은 137%다. 용역사는 단지 구조부터 원주민 이주대책, 재무 계획, 분양·임대 여부까지 사업을 전반적으로 계획해 최적안을 제시해야 한다. LH는 1,370호를 짓고 488호를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순차개발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103동 주민을 다른 동과 주변 주택으로 이주시키고 103동부터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101, 102동 주민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후, 나머지 동을 재건축한다. 공급 유형으로는 공공분양(뉴:홈 일반·나눔·선택형)과 통합공공임대 등이 제시됐다.
문제는 공공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면 LH가 재무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사비가 상승하고 있지만 공공주택 특성상 임대료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가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 임대료 시세의 30% 정도를 부담하는 영구임대아파트 원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고 보다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안이 있지만 원주민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서울 강서구 ‘서울가양7’ 영구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모의실험한 결과, 주택이 1,998호에서 3,342호로 늘어나는 대신 세대당 8,000여만 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영구임대에 행복주택 또는 통합공공임대를 추가한 대안들은 순현재가치가 2,6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원주민용 영구임대아파트의 45%를 분양하더라도 순현재가치는 0에 그쳤다. 주변 분양가가 낮은 강북구 '번동5' 단지를 재건축하면 세대당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애초에 서울중계1과 서울가양7은 지난 정부도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곳이다. 2020년 국토교통부는 2021년부터 두 단지를 재건축하고 나아가 공공임대주택 13곳을 재건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재건축된 곳은 전무하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공공임대아파트는 나날이 낡아가고 있다. 2021년 기준 LH 장기공공임대주택 70만3,519호 중 37%(26만3,498호)가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났다. 25년 이상 된 주택도 15만197호에 달한다. 만 65세 이상 입주자 비율이 영구임대는 81%, 국민임대는 69%에 이르러 고령화 대책, 낙인 효과 방지책, 시설 정비 등이 동시에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서울중계1은 기획재정부가 재정 지원을 약속해 2026년 착공까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이 역시 임대료 지원 등은 없어 순현재가치는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서울중계1의 사업성만 재건축을 위한 내부 기준을 만족했을 뿐, 서울가양7 등 나머지 14곳은 재건축 시기를 확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재정 투입도 서울에 신축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나서야 결정됐다. LH 관계자는 "재건축 재정 지원을 법제화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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