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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영어캠프가 399만원"... 방학 사교육에 등골 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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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영어캠프가 399만원"... 방학 사교육에 등골 휘는 부모들

입력
2024.07.09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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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국제학교 영어캠프 350만~400만원
수학이나 예체능 등 학원 특강도 수십만원
수업료 등 1,000만원 넘는 해외연수도 인기
"대학·공기관 연계 특강 등 공교육 질 높여야"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여름방학 수학캠프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여름방학 수학캠프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있는 워킹맘 이모(45)씨는 한 국제중·고등학교에서 22일부터 운영하는 영어 캠프에 등록했다. 해당 캠프는 초등 4~6학년생 384명이 다음 달 10일까지 20일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일 10시간씩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듣는다. 캠프 참가 비용은 1인당 365만 원. 이씨는 "수업 일정도 빡빡하고 비용도 부담되지만 방학 때 학원 뺑뺑이를 도는 것보다 아이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등록했다"고 했다.

"10시간씩 영어 수업"... 600만원 넘는 영어캠프도

한국 외국인 학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외국인 학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달 말 여름방학을 앞두고 사교육이 기승이다. 유명 특목고나 국제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 캠프는 5월부터 모집을 시작해 일찌감치 마감됐다. 학교별로 3주가량 진행하고, 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해 350만~400만 원 선이다. 한 사설기관의 영어 캠프는 한 달 참가 비용으로 600만 원 넘게 받는다. 학원들도 방학 기간 수십만 원짜리 특강을 진행해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육비만 수백만 원이 드는 해외 단기 연수도 인기다.

A특목고는 21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초등 5학년~중등 2학년 대상 영어 캠프에 350여 명을 모집했다.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385만 원이 드는데도 접수 시작 몇 분 만에 정원이 다 찼다. B특목고의 399만 원짜리 영어 캠프도 모집인원이 300여 명인데 대기자가 100여 명이다. 중2 자녀를 영어 캠프에 등록한 주부 최모(44)씨는 "방학 때 아이가 집에 있으면 잔소리를 하게 되고 갈등만 생긴다"며 "돈이 좀 들더라도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했다.

학원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유명 어학원은 3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초등학생 대상 방학 특강을 운영한다. 수강료는 200만 원. 대치동의 한 수학 학원은 하루 3시간 주2회 특강을 하고 2주에 40만 원 이상 받는다. 수영이나 미술 등 예체능 방학 특강도 1시간씩 주2회 기준 20만 원대다. 초등 1,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1)씨는 "다른 아이들도 다 학원을 가는데 내 아이만 집에서 놀게 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방학 때 학원비가 두 배 더 든다"고 토로했다.

워킹맘 정모(40)씨는 초3 아들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의 공립학교에서 하는 4주 코스 영어 캠프에 등록했다. 수업료와 숙소비 등 현지 체류 비용이 1,000만 원이 넘는다. 정씨는 “영어 교육보다는 해외 경험을 쌓게 해주려 신청했다”며 “해양스포츠와 자연관찰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 현지 유학원들은 국내 학생 대상 4주짜리 영어 캠프를 모집하고 있다. 비용은 400만~1,300만 원으로 국가별·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이 중 어학연수 총액은 1,619억 원으로 전년(376억 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초등생 비중이 958억 원(59.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방학 중 학교, 보육보다 질 높은 교육해야"

지난해 7월 19일 오전 전남 영광군 중앙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9일 오전 전남 영광군 중앙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학 사교육 특수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돌봐주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방학 때도 운영되지만 실효성이 낮다. 지난 방학 때 돌봄교실을 이용한 초4 학부모 김모(41)씨는 “여러 학년이 섞여 있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안 됐다”며 “간식 제공 등 보육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교육적인 부분이 아쉬워 올해는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초3 자녀를 둔 워킹맘 전모(44)씨도 “방학 때 돌봄 공백이 생기는데 학기 중에 신청을 안 하면 방학 때만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없어서 결국 영어 캠프에 등록했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방학 중 학교 활동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 단속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지나친 선행 학습과 입시 경쟁으로 방학이 마치 사교육 시장의 인센티브가 됐다"며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부모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대학이나 공공기관과 연계한 질 높은 학교 방학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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