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군대 상대국 입국, 무기 반입 원활
"일본, 필리핀을 안보 파트너로 끌어올려"
"인도태평양서 대중국 포위망 공고히 해"
일본과 필리핀이 파병과 연합 훈련을 쉽게 하는 협정을 맺었다. 양국 군사 관계를 사실상 ‘준(準)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다. 안보 협력을 강화해 갈수록 거세지는 중국의 해양 패권 야욕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일본·필리핀 상대국 파병 가능해져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과 필리핀 외무·국방 장관은 8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2+2 각료 회의를 열고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에 서명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했다.
협정에는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이 연합 훈련을 할 때 법적·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양국 군이 훈련 목적으로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면 입국 심사가 면제된다. 무기와 탄약 등 군사 물자도 신속하게 반입할 수 있다. 군 항공기나 함정이 상대국 비행장과 항만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군 협력 범위도 대폭 늘어난다. 이전까지 양국 군사 교류는 전문가 파견, 인도적 지원, 재해 구호 작전에 국한됐지만 앞으로는 양자·다자 간 훈련까지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자위대는 미국·필리핀 연례 대규모 합동 훈련 ‘발리카탄’에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앞으로는 정식 참가할 수 있다.
두 나라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필리핀 해군 사이 교류 강화를 위해 자매 부대를 맺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협정은 양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발효된다.
일본은 동맹인 미국 이외에 호주, 영국과 RAA를 맺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필리핀을 영국, 호주에 버금가는 안보 파트너로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해석했다.
’중국 견제’ 공통 목표
양국 군사 밀착 배경에는 ‘중국 견제’라는 공통 목표가 있다. 일본과 필리핀은 각각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마주하는 최전방에 위치했다. 각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스플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는 동남아 국가를 끌어들여 대중국 포위망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재팬타임스는 “중국의 군사 능력과 영토 확장 야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이 이에 맞서기 위해 국제 안보 네트워크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내 일본 영향력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레나토 크루즈 데 카스트로 필리핀 델라살레대 국제학 교수는 “일본은 자신이 미국 안보의 핵심이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자 동맹임을 미국에 각인시키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중국의 군사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든든한 우군을 두게 됐다. 지난달 중국 해경이 칼, 도끼, 곡괭이 등을 휘두르며 비무장 상태 필리핀 해군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자위대가 필리핀에 주둔하면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 미국과 일본 필리핀 정상은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해양 영토 확장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일본은 필리핀에 총 6억 엔(약 54억 원) 상당의 연안 감시 레이더 5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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