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존 계획 철회하고 연내 새 디자인 제출
공공성·디자인 보완해 서울시와 재협상
현대차 "초고층 설계안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에 짓기로 한 55층 건물 설계안을 포기했다. 2월에 낸 55층 안을 5개월만에 없던 일로 하고 새로운 설계 디자인을 만들어 서울시와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현대차는 2014년 계획했던 105층 초고층 계획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8일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2월에 서울시에 제출했던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디자인 변경 제안서'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5일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공문에는 GBC를 105층이 아닌 55층 2개 동으로 짓겠다는 설계 변경안을 제출했던 것을 없던 일로 하는 대신 공공성과 디자인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은 연내 55층도 105층도 아닌 새로운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서울시는 2월부터 GBC 설계 변경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원래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사들여 105층짜리 초고층 타워와 35층 숙박·업무시설, 문화·편의시설용 저층 건물 등 모두 5개 동으로 GBC를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2020년 5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공사비 상승과 고도 제한 문제 등을 다각도로 살피며 설계안을 재검토했다. 결국 올해 2월 초고층 타워를 55층 2개 동으로 나눠 짓는 설계 변경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5월 초 현대차그룹의 설계 변경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현대차그룹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착공한 지 4년이 넘었고 이미 고층 랜드마크로 합의가 됐던 만큼 설계를 변경하려면 사전 협상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전 협상이란 민간 사업자가 5,000㎡ 이상 용지를 개발할 때 서울시와 사전에 협의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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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차는 5월 20일 GBC 변경안을 토대로 한 조감도를 전격 공개했다. 사실상 재협상할 뜻이 없으며 55층 안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시는 재협상 입장을 유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1일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건설 계획은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며 "새로운 계획을 세웠으면 걸맞은 공공 기여를 새롭게 논의하는 게 상식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6월 14일부터 설계 변경안 관련 실무협상을 해왔고 두세 차례 만나며 서로 입장차를 좁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 4일 양측이 만나 최종 협의한 끝에 5일 변경안 철회 입장이 서울시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새 GBC 설계안이 기존 설계안처럼 초고층 형태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존보다 더욱 상징적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계획"이라며 "설계 검토안에는 초고층 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보완한 제안서를 토대로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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