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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병력이 있는데 얼마 전부터 팔다리가 아파요”...혹시 뼈로 전이?

입력
2024.07.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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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최윤효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최윤효 교수.



#50대 남성 이모씨, 배드민턴을 하던 중 갑자기 왼쪽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팔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급기야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상완골의 병적골절이라고 했다. 이씨는 1년 6개월 전 신세포암을 치료받았는데, 이것이 뼈로 전이된 것이다. 암 수술 후 정기적인 관찰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해 완치된 줄 알았던 이씨는 당황했다. 결국 이씨는 상완골의 병적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광범위 소파술, 골시멘트 충진술 및 내고정술 수술을 받았다.

뼈 전이란?

암세포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해 우리 몸의 이곳저곳으로 전이를 합니다. 그중 뼈는 폐와 간 다음으로 암세포들이 전이를 잘 하는 장기입니다. 일련의 유전 변이를 거친 암세포들은 혈액을 통해 뼈 안의 골수 안에 자리 잡고 그 안에서 증식을 합니다.

뼈 안에 자리 잡은 암세포들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골 내 미세 환경을 변화시키고, 파골(破骨)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뼈를 갉아먹습니다. 뼈 전이암은 그렇게 뼈 안에서 공간을 확보하고 팽창하게 됩니다.

뼈 전이는 흔한가?

교과서에서는 암 환자의 약 50~80%에서, 일부 연구에서는 전이가 있는 암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뼈 전이가 동반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암 환자의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생존기간이 연장되면서, 뼈 전이의 발생 역시 그만큼 많아지고 있습니다.

암 중에서는 전립선암과 유방암에서 발병 초기에 뼈 전이가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때로는 뼈 전이를 먼저 진단하고 원발암(원인이 된 암)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전립선암과 유방암 다음으로는 폐암, 신세포암, 갑상선암, 위장관암 순으로 뼈 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존기간 중에 뼈 전이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뼈 전이는 병변 부위 통증을 유발하고 뼈를 약화시켜 병적 골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척추 전이는 방사통을 위시한 신경통이 생길 수도 있으며,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팔다리의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암 치료 중에 골절 등이 발생하게 되면 예정된 항암 약물치료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뼈 전이 진단

암 환자의 뼈 전이를 감시하기 위해 골스캔(Bone Scan)을 사용하는데 신세포암, 다발성골수종, 갑상선암 등은 골스캔에서 위음성(False Negative·잘못 판별됨)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환자의 증상 및 단순 방사선 촬영을 통해 비교해 판단해야 합니다.

갑상선암이 대퇴골로 전이됐는데 골주사 검사에서 위음성 소견이 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

갑상선암이 대퇴골로 전이됐는데 골주사 검사에서 위음성 소견이 나왔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모든 뼈 전이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뼈 전이를 갖고 있는 환자의 70%는 통증이 동반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상암종(상피성 조직에 생기는 암)을 진단 및 치료받았던 환자가 관절 혹은 뼈의 통증을 호소한다면 뼈 전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즉 증상이 있는 경우, 단순 방사선 촬영, 골스캔 그리고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암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우연히 발견된 방사선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 이것이 꼭 기왕암의 뼈 전이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으므로 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서 양성 골종양, 원발성 악성 골종양 혹은 새로운 암의 뼈 전이 등의 가능성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뼈 전이 치료

모든 뼈 전이를 전부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이성 암 환자의 치료는 대개 환자분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가 됩니다. 따라서 전이성 뼈암의 치료 목적 역시 통증의 완화와 이차적 병적골절의 예방 및 치료에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의 목표는 통증 감소가 주목적이며, 방법으로는 방사선 치료와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근치적 치료가 힘든 뼈 전이 환자에서 발병부위의 통증을 줄이고, 전이성 골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며, 골 파괴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국소 치료 방법을 흔히 사용합니다.

수술적 치료법은 통증을 유발하는 국소 전이암의 제거 및 발병부위의 구조적 안정성 부여를 주목적으로 하며, 이를 통해 환자분들의 기능 회복을 도모합니다. 모든 환자가 수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기대여명, 전신 상태, 삶의 질, 그리고 수술 범위와 재활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임박 병적 골절(Impending Pathologic Fracture)은 아직 골절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골 강도의 현저한 감소로 골절되기 직전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골절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뼈의 강도가 약하기에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박 병적 골절에서는 병변의 위치, 크기, 증상 정도로 골절 위험도를 예측합니다. 이후 골절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부위에는 예방적 고정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근위대퇴골로 전이돼 임박 병적 골절 상태에서 수술한 사례.

전립선암이 근위대퇴골로 전이돼 임박 병적 골절 상태에서 수술한 사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이병소가 적은 단발성 전이는 전이성 종양의 절제가 일부 암종(신세포암, 갑상선암, 폐암 등)에서 예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적극적인 치료를 요할 때도 있습니다.

암 치료 중에 원발암 부위의 치료 결과가 좋더라도 아주 드물게 뼈 전이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하고 이로 인한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암 병력이 있는 분이라면 언제라도 관절 혹은 뼈에 통증이 생긴다면 뼈 전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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