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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고치고 릴레이 삭발까지'… 점입가경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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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고치고 릴레이 삭발까지'… 점입가경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입력
2024.07.1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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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싸움 변질된 의장단 선거
곳곳서 금품 살포 논란 제기
상임위 자리 싸움에 삭발까지
우여곡절 선거 후에도 '후폭풍'
"선거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김기정 전 수원시의회 의장이 3일 경기 수원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반기 원구성 독식에 항의하기 위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정 전 수원시의회 의장이 3일 경기 수원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후반기 원구성 독식에 항의하기 위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열리는 군 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경남 의령군에선 의장 선거 출마 예정인 A의원이 출생연도를 1960년에서 1958년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군의회는 국민의힘 5명, 무소속 5명으로 구성돼 있어 결선투표에서 동수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선에서 동수일 경우 군의회 규칙에 따라 △최다선 의원(선수) △재직기간 △연장자 순으로 의장을 선출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호적까지 고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25일 열린 전남 강진군 의회에서는 '협박 편지' 논란도 불거졌다. 8명 의원 중 7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 A의원이 4표를 확보해 의장 당선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A의원은 의장 후보 선출 전날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연락을 끊었고, 다음 날 라이벌 그룹의 부의장 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라이벌 그룹의 다른 의원이 의장이 됐다. A의원의 예상 밖 행보에 대해 그를 지지했던 한 동료 의원은 "선거 기간 중 A의원이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익명의 우편물을 받았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라이벌 그룹 측의 '협박'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A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전국 지방의회들이 후반기 의장단 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압과 회유, 금품살포를 통한 매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의장단 감투가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으로 가는 주춧돌로 인식되는 탓이다.

의장단 선거 앞두고 금품 살포·협박 편지까지 등장

가장 흔한 것은 금품 살포다. 전남 나주시의회에선 지난달 26일 B의원이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시의원 중 일부가 지난 5월 견학 명목으로 유럽을 다녀왔는데, 이 과정에 상대 후보 측이 여행경비를 대납했다는 게 B의원 주장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경남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한 국민의힘 경선에서 금품 살포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의힘 의원 2명을 3일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의 이름으로 지난 5월 말 같은 당 의원들 수십 명에게 바닷장어가 택배로 보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의장단 선거에서는 이 두 의원이 당선됐다. 두 의원은 금품 살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의장단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의장단에 선출될 경우 지방선거에 절대적 영향을 발휘하는 지역구 의원과 친분을 쌓는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의회 사무처 직원 승진과 지휘·감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의장 권한이 대폭 확대된 것도 영향을 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남도의원은 "과거 의장선거에는 건강식품이나 주고받는 정도였는데 최근엔 1표에 2,000만 원까지 오간다는 게 정설"이라고 꼬집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각 정당이 선거 과정에 정해진 규율이나 규칙을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정당 처벌이 고무줄처럼 적용돼왔다”며 “주민들의 참여나 정치적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임위 자리 다툼도 치열…선거 후폭풍도

상임위 자리 다툼도 혼탁하다. 수원시의회에서는 삭발투쟁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의장, 5개 상임위원장직과 3개 특위 위원장직까지 민주당이 모든 자리를 독식했다”며 지난 3일부터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화성시의회에선 다수당인 민주당이 단독 의장 선출을 한 데 이어 부의장과 5명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원 구성을 밀어붙이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간 본회의장 출입문을 쇠사슬과 자물쇠로 봉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의장단 선거 이후에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이성룡, 안수일 의원이 같은 표를 얻어 다선(3선)인 이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으나 이 의원에게 도장이 두 번 찍힌 투표용지가 발견되면서 안 의원이 법원에 의장선출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그들만의 '감투 싸움' 등 고질적인 지방의회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광주시의회가 도입한 공개토론회처럼 시민들이 의장단 선거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 김진영 기자
광주= 안경호 기자
울산= 박은경 기자
수원=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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