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특검법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즉시 재가했다. 경찰이 수사를 1년 끌어오다 외압 논란의 핵심인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한 바로 다음 날 기다렸다는 듯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을 벼르고 있다. 이대로면 ‘특검법 발의→ 거부권→ 재의결→ 부결’의 무한 도돌이표다.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졌다”는 점을 들어 특검법 철회를 주장했다.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조차도 “경찰 판단과 별개로 임 전 사단장 직권남용 혐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마당이다. 설령 임 전 사단장의 혐의가 없다 쳐도 그것이 외압 의혹까지 덮을 수는 없는 별개 사안이라는 점을 대통령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재표결에 나설 태세다. 여권에서 재의결에 필요한 8석의 이탈표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부결 공산이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될 때까지 계속한다”고 했다. 헤어나오기 힘든 무한 루프다.
악순환을 끊어내는 건 민주당만이 할 수 있다고 본다. 특검법을 정치적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현실성 없는 재의결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한덕수 총리가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이라고 했듯, 독소조항이 적잖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가 1명씩 나눠 독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물론 개혁신당 또한 ‘제3자 특검 추천’을 들고 나왔고, 조국혁신당도 추천권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법원장이든 대한변호사협회장이든 공정성이 담보되는 추천권 절충은 얼마든 가능하리라 본다. 여야 합의로 수정안이 마련된다면 더 이상 거부권 명분도 없지 않겠는가. 여당도 무턱대고 특검법 반대만 한다면 ‘대통령 방탄’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채상병 순직 책임자 처벌 못지않게 누가 수사를 방해하려 했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을 강력히 원하고 있음을 여야 모두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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