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토 정상회의 하루 전 아동병원 공격
젤렌스키 "러 본토 군대 타격해야" 요구
9일 '애도의 날'...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도
8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아동병원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서방 무기로 러시아 내 군사 기지를 직접 공격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커졌다.
그간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서도 확전,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러시아 본토를 향한 전면 공격은 불허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아픈 어린이'라는 가장 취약한 존재를 공격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워싱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600명 긴급대피... 우크라 "러, 병원 겨냥해 공격"
9일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하루 전 러시아의 키이우 스체우첸키우스키 지구 공격으로 아동 4명을 포함해 33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예비조사 결과 러시아 KH-101 순항미사일이 직격한 '오크흐마트디트 병원' 피해는 특히 컸다. 이곳은 우크라이나 최대 아동병원이다.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러시아 공격으로 수술 및 치료를 받던 아동 약 600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아동들은 링거를 몸에 꽂은 채 거리에 나앉았고, 곳곳에서 공포에 질린 울음소리가 계속됐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 잔해 속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민간인 피해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현지 고위 보안 관계자를 인용해 "미사일은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병원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HRMMU)도 "영상 분석과 현장 평가에 따르면 아동병원은 (러시아로부터) 직접 타격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러시아는 키이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40발 안팎의 미사일을 쐈고, 최소 4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젤렌스키, 서방에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 거듭 요구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에 강력한 보복을 할 것"이라며 "파트너 국가가 지원하는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에서 공격이 시작되는 곳을 타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방 국가들이 자국 무기의 러시아 타격을 꺼리는 관계로 우크라이나는 자체 생산한 무인기(드론)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해 왔다.
러시아 공격 당시 키이우에 있었다는 야당 의원 야로슬라우 유르치신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서구 국가들이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처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하며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투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착각"이라며 "우크라이나는 파트너 국가로부터의 지원을 잃고,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을 파괴하는 일(민간인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대거 희생된 만큼 적어도 방공망 강화와 관련한 추가 지원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 전 최소 4대의 패트리엇 방공망, 내년 약 430억 달러(약 59조 원) 지원 등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가 9일 소집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특히 충격적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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