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이동식 구제역 검사 키트' 개발
농림축산검역본부 차상호 수의연구관
"현장에서 2시간 내에 구제역 여부 확인"
구제역 검사는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데만 하루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게 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개발한 ‘이동식 구제역 현장 정밀 분자진단 시스템(키트)’ 덕분이다. 개발 주인공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지정한 구제역 전문가인 농림축산검역본부 차상호 박사(수의연구관). 지난달 20일 경북 김천시에서 그를 만나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그동안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가축방역관이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해온 뒤 실험실로 가져와 전문 시설(동식물 감염병 연구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BL3))에서 검사를 해야 했다. BL3를 운영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시료가 운송되면서 손상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동시간 등을 포함해 검사에만 하루가 족히 걸리는 셈인데, 그사이에 인근 농가로 확산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고 현장 진단키트를 만들게 됐다.”
-어떤 원리로 진행되나
“유전자(핵산)를 추출하지 않고도 타액이나 분변, 혈청 등으로 진단할 수 있는 정밀 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시료 하나로 최대 18종을 검사할 수 있는 반도체 바이오센서 카트리지도 개발했다. 타액 등을 카트리지에 넣으면, 18개 칸에서 독립적으로 유전자 증폭이 일어나 구제역 여부와, 구제역일 경우 어떤 혈청형 구제역인지 검사할 수 있다. 구제역이 아니라면 유사한 질병이 무엇인지 등도 알 수 있다. 데이터가 기관으로도 바로 전송돼 실시간으로 공유 가능하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시료 유전자증폭 검사(PCR) 정확성을 높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실험실 표준 정밀 진단법과 동등한 수준으로 정밀하게 진단해야 했는데, 타액과 분변 등 시료 조건이 모두 달라 수없이 검사해 정확성을 높였다. 현재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고 있는데, 완료되면 수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와 협약도 맺은 상태이고, 방글라데시 등 3개 국가와 검증 테스트를 하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세계동물보건기구 표준 진단법으로도 등록할 예정이다.”
구제역이란?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발굽이 짝수인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한 번 퍼지면 축산농가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동물이 죽는 무서운 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생물무기로도 사용될 정도인데, 확산 속도가 빨라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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