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8%인 배달 중개수수료
3%P 높여 쿠팡이츠 수준으로
무료 배달 경쟁에 수익성 악화
獨 모기업, 4억 유로 벌금 위기에
"수익성 개선" 압박 분석도
외식 물가 연쇄 상승 우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1위 배달의 민족이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50% 가까이 올린다. 최근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쏘아 올린 '무료 배달'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수수료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 온 자영업자들은 반발했다. 나아가 식당들이 음식값 인상으로 대응하게 되면 외식 물가가 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포장 수수료, 배민클럽 유료화 이어 수수료 인상?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8월 9일 '배민1플러스' 수수료율을 9.8%(부가세 별도)로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배민1플러스는 배민이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직접 수행하는 정률형 요금제로 손님에게 무료로 배달하는 가게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이 서비스를 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배민1플러스 가입자는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비(2,500~3,000원)와 함께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배민에 내왔는데 앞으로는 9.8%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업계 2위인 쿠팡이츠(9.8%)와 같은 수준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무료 배달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후발 주자 쿠팡이츠가 이커머스몰 쿠팡의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선포한 게 3월 말. 이후 배민과 요기요도 앞다퉈 무료 배달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배달앱 시장 내 치킨게임이 본격화했다. 매달 4,990원을 내는 1,4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한 쿠팡이츠는 풍부한 자금력을 내세워 치고 나가며 '쩐의 전쟁'을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배민은 사정이 달랐다. 경쟁사보다 수수료율도 낮았고 유료 멤버십도 없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배민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 결국 배민은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7월부터 포장 주문 때도 배달과 같은 중개 수수료를 내도록 한 게 신호탄이었다.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도 8월 20일부터 월 3,99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어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던 중개 수수료율마저 인상한 것이다.
배민 관계자는 "무료 배달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배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요금제를 개편한다"며 무료 배달을 요금 인상 주요인으로 꼽았다.
독일 모기업 압박 작용했나
다만 배민이 지난해 6,998억 원 규모의 영업 이익을 올리고도 수수료율을 높이는 건 지나치게 수익성만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영 위기에 처한 배민 모기업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압박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DH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 관련 4억 유로(약 6,000억 원) 이상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일 갑자기 물러난 것을 두고 "DH로부터 수익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으며 갈등을 빚어서"라는 해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자영업자 반발을 의식한 듯 배민은 이날 수수료 인상 부담을 덜어줄 당근을 내놓았다. 업주가 내는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고 포장 주문 수수료(6.8%)도 2025년 3월까지 절반 수준인 3.4%만 받기로 했다.
격앙된 자영업자들의 한숨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2만 원 치킨을 팔면 30%(6,000원)가 배달 앱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로 빠져나가고 여기에 생닭, 원부자재 등 본사에 내는 비용 55%(1만1,000원)까지 빼면 3,000원 남는다"며 "여기서 인건비, 임대료, 전기세, 가스비 등을 제외해야 순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더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치킨 가맹점주 B씨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같은 수준의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를 가져가는 독과점 구조라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음식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킨 한 마리 3만 원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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