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달 중 기본계획 고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검증 예고
“문제 있으면 사업 추진 못 해”
반대단체, 고시 중단 등 촉구
10년 가까이 찬반 갈등으로 표류하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기본계획 고시가 빠르면 이달 중 나온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겠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찬반 여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고,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제주도의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기획재정부와 제주 제2공항 총사업비 협의를 마무리하고, 기본계획 고시를 위한 항공정책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법적 근거에 따라 실제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2015년 입지 발표 후 약 10년 만이다.
국토부와 기재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제2공항 사업비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약 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규모 때문에 협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제2공항 예산은 지난 2015년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에는 4조8,7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3월 기본계획안에서 약 2조 원(41%)이나 증가한 6조8,900억 원으로 제시됐다. 국토부는 협의 결과에 따라 조정된 구체적 사업 규모는 기본계획 고시와 함께 공개할 예정이지만 사업비 일부가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토지보상 협의, 착공 등의 순으로 절차가 진행되지만 풀어야 할 난제들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실시설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추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가 협의기관이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차례 언급했던 ‘제주도의 시간’이 닥치게 된다.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그간 쟁점인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 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 보전 등을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
검증 결과 반대 측의 주장대로 중대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제2공항 추진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오 지사는 그동안 “검증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제2공항을 해야 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도가 어떤 결정을 하든 논란은 불가피하다. 제2공항이 좌초될 경우 10년 동안 공사 착공만 기다렸던 찬성 측 도민들과 토지주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반대로 도가 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에는 반대 측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도가 찬반 양쪽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검증 결과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임박해지면서 이미 잠재해 있던 갈등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고시가 임박하다는 소식에 찬성 측 주민들은 반색하는 반면, 반대 측은 지난 10일 국토부 앞에서 상경 집회를 갖고 고시 중단을 촉구하는 등 집단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주경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제주 제2공항 찬반 갈등은 워낙 복잡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갈등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찬반 양측, 제주도와 도의회, 전문가그룹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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